제목을 보는 순간 앗! 소리가 나왔다. <생생한 역사화에 뭐가 담겨 있을까>를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같은 저자의 시리즈물이로구나, 생각하고 책을 넘겨보니 이미 풍경화와 인물화 편이 나와 있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풍속화를 다루고 있다.
역사화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위한 책도 된다는 생각을 또 한번 했다. 미술에 문외한이기에, 이 책에 소개된 작품과 작가 가운데 거의 절반 정도는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유명한 작품이라도 어디 아는 것이 제대로 있나. 저자의 설명을 따라 작품을 보면서 그야말로 ‘아는만큼 보인다’는 오래된 말에 통감하게 되는 것.
일단은 풍속화의 어원을 밝힌 도입부가 흥미롭다. 서양에서는 ‘장르화’라고 불리는 풍속화는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그림들을 따로 부를 이름이 없어 붙인 이름이라고. 어쩌면 역사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을 뺀 나머지가 모두 풍속화가 될 수 있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면. 그래서 유머와 해학이 넘치고, 미덕과 악덕도 담겨있으며, 시골과 도시의 다양한 생활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저자가 서양미술 평론가이다보니 서양의 미술작품만 담겨있는 것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쉽다. 그렇지만 도입부에서 한국의 풍속화를 조금 다루고 있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할까. 어린이가 등장하는 풍속화가 가장 관심이 갔는데, 엘리자베스 암스트롱의 <학교가 파하다>에서 눈물을 훔치는 아이를 보며 같은 19세기의 작품인 김홍도의 <서당>이 생각났다. 91가지의 놀이를 그렸다고 하는 피테르 브뢰겔의 <어린이들의 놀이>에서 놀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