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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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가끔 내게 묻곤 한다. 나 몰래 모아놓은 돈 있지? 얼마야? 그 때마다 나는 얼마나 황당하던지, 그 질문은 기대감이 가득 묻어나기 때문이다. 비밀 주머니가 없는 여자들은 뭐가 부족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을 보니 서양에서 그런 전통이 있는가보다. '카니플'이라 해서 혼자서만 간직하는 비밀이며, 여자들에게 하나씩 필요한 거란다.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남편이 모르는 비상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필요한 것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가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곤경에 처하게 된 중년 여성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네 살짜리 아들과 남겨진 이혼녀. 돈과 경제 생활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그녀에게 이제 돈과 경제는 삶의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여러가지 케이스들과 충고.

사실 이 책의 이야기들이 내게 강하게 와닿지는 않았으니, 스토리 전개가 약간은 늘어지는 듯 했고, 말하고자 하는 초점이 내게는 불분명했다. 정서적 중산층, 내면의 스튜어디스 등 이 책만이 구사하는 용어가 있는데 왜 그리 집중이 안되던지. 다만 여자에게 돈이 중요하니 초연하게 살다가 큰 코 다치지 말아라, 정도는 확실히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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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 여자아이 - 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레너드 삭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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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고등학교 물리 시간. 담임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남자 물리 선생님은 열변을 토하며 물리학이 얼마나 위대한 학문인지 역설하셨다. 그러나 나는 물리에 도통 관심이 없었고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게만 느껴졌다. 여고에서의 물리 교사가 얼마나 의욕이 안나는 직업인지 내게 토로하셨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지만, 나 또한 물리가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과목이며 나는 물리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인식이 뼈속 깊이 각인되었다.

장면 2. 중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 가르치기가 더 어렵다는 주위 교사들의 말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수업 시간에 남자 아이들은 혼나거나 한대 쥐어 박혀도 쉬는 시간이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데, 여자아이들은 말 한마디 지적에도 1년 내내 고개를 들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를 어쩌면 좋으냐?

장면 3. 아들만 둔 엄마들이 모여서 학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데,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남자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이면 엉겨붙어 뒹굴면서 노는데 그걸 노는게 아니라 싸우는 것으로 이해하고, 수업시간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을 산만하다고, 무슨 증후군으로 의심되니 어디 상담기관에 가보라고 한단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학습 장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미 강하게 믿고 있던 관점이라 이 책은 매우 흥미롭게 읽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뇌의 구조와 청력, 망막 등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를 분석하고, 남녀가 모험심, 공격성, 학교 생활 등의 측면에서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성차를 주장하는 근거 중에서는 남자 아이의 청력이 여자 아이에 비해 나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주의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는 남자 아이의 경우, 실은 목소리가 작은 여교사들이 넓은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주의력 결핍장애를 완화시키는 약이 팔요한 것이 아니라,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학습 방식에는 확고하고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부모와 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남녀의 차이 뿐만 아니라 저자가 가지고 있는 확고한 자녀교육의 관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12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부모는 권유형이 아닌 지시형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자녀를 통제하지 못하는 일부 부모의 사례는 내 주변의 이웃 중에서도 쉽게 발견되기에 특히 인상적이었다. 혼내지 '못하는' 부모에 대해 저자는 매우 완고한 입장을 취하며, 외면상 허용적인 교육의 풍토가 청소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엄격하고 단호한 훈육을 옹호하는 입장은 남녀의 차이를 떠나 관심을 가질 만하다.      

또한 성 문제나 마약 같은 문제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를 부모 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약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마약의 해악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은 남자 아이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모험심을 유발한다는 것. 마약을 할 경우 가해질 구체적인 징계로 경고하는 것이 좀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것도 항상 통하겠냐마는, 학교에 만연한 담배 문제에 있어서 약간의 팁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남자 아이들이 모험을 피하기보다는 즐기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 소년과 소녀의 우정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고, 소녀들의 싸움은 고요하나 치명적일 수 있다. 어떤 경우 남자 아이들보다 훨씬 다루기 힘든 여자 아이들의 세계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뭔가를 '알아야' 할 것을 요청하는 시대다. 이런 분야의 정보가 필요한 적절한 시점에 이 책을 만났기에 나로서는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 목소리 작은 교사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구체적인 교육법을 시사받을 수 있을런지는 사실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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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는 힘들어 - 레벨 2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조성자 지음, 최정인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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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지 거짓말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친구들 앞에서 할머니 자랑을 늘어놓다가 그만 할머니가 젊었을 때 가수였다고 거짓말을 한 거예요. 그 때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가영이는 자꾸 ‘카수 할머니’ 사인 좀 받자며 졸졸 쫓아다니고, 나도 모르게 내 거짓말도 점점 커졌어요. 거짓말쟁이라는 게 친구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데, 아, 어떡하죠? - 책 표지 글 중에서

  누구나 거짓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 법! 다만 어찌어찌 하다가 그리 될 뿐...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마디 하게 된 거짓말, 그것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거짓말은 더욱 꼬리를 물게 된다. 거짓말 한마디로 일이 점점 꼬여가고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이 커지는 경험, 누구나 해보았을 법한 경험이 아닌가.

  학급에서 할머니 소개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할머니가 그 옛날 가수였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 설이. 졸지에 가수가 되고, 학교에 초청 가수로 초대된 할머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그 상황 속에서 아이의 심리, 슬기로운 할머니의 대응 등이 재미나게 전개되는 소설이다. 결국 거짓말을 털어놓고 마음의 짐을 덜게 되는 설이. 만약 거짓말에 대한 사과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면, 엄마 독자 입장에서는 아쉬웠을 것 같다.  

  <벌렁코 하영이>로 몇년 전에 만났던 저자의 새로운 소설이라 특히 반갑다. 특히 저학년의 눈높이를 잘 헤아리는 작가라고 생각된다. 강아지를 며칠 더 기르기 위해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는 할머니가 제주도에서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은 정말 아이 답다. 특별히 교훈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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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리고 싶었어 꼬마 그림책방 20
마르그레트 레이 지음, 박은호 옮김, 한스 아우구스토 레이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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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총이가 자기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그런데 멍멍이가 와서 도와준답시고 한 부분을 그려주고, 그 다음 꽉꽉이, 따끔이, 꼬꼬, 보보, 찍찍이, 뿌뿌가 와서 제각기 도와준다. 그리하여 완성된 그림은? 모두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그려넣어 아주 희안한 모습의 그림이 완성된다. 닭의 벼슬, 부엉이의 날개, 고슴도치의 털, 코끼리의 긴 코가 합성된 정체불명의 그림~

  만약 이 장면에서 "와, 정말 기발한 그림이 되었구나!"!", "멋지네!"  라고 기뻐한다면 어린 아이가 아니지...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깡총이는 울음을 터뜨리게 되고, 각자 이젤을 펴두고 자신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제목 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표지를 열어보니 그림도 단순하고 내용도 단순하고~ 그러나 동물들을 통해 유아들의 심리를 정말 잘 그리고 있다 싶은 책. 아이들은 자기가 그리고자 하는 것을 그리고 싶은 게다. 4, 5세 정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다.  

  이제 마지막 장면, 깡총이는 뭘 그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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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고릴라 아이세움 지식그림책 13
조은수 글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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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야, 고릴라'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고릴라의 생태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그림책인줄 알았다. 절반 정도까지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 그런데 왠걸, 책의 중반을 넘어가니 갑자기 아기 고릴라가 혼자가 된다. 고릴라의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간걸까?

  본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릴라는 밀렵꾼에 의해 아프리카를 떠나게 된다. 어느 박사님의 연구실에서 주사를 맞고, 동물원 철장 속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고릴라. 책을 보는 우리 아이는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왜?"를 연발하며 놀라워하고, 대충 사연을 파악한 후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엄마, 고릴라가 너무 불쌍해... 난 절대로 엄마 아빠 곁을 떠나지 않을거야...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에게, 이 책은 엄마 아빠를 잃은 슬픈 고릴라의 이야기 정도로 이해되는 것 같다. 그러나 좀더 나아가 문명이란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잘못된 일들을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림은 투박하지만, 보면 볼수록 고릴라가 더없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아프리카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고릴라가 측은해서일까? 아이도 이 책을 소중히 여긴다. 겉모습으로 무섭게 여기던 고릴라를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책의 힘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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