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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 여자아이 - 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레너드 삭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1월
평점 :
장면 1. 고등학교 물리 시간. 담임 선생님이기도 하셨던 남자 물리 선생님은 열변을 토하며 물리학이 얼마나 위대한 학문인지 역설하셨다. 그러나 나는 물리에 도통 관심이 없었고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게만 느껴졌다. 여고에서의 물리 교사가 얼마나 의욕이 안나는 직업인지 내게 토로하셨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지만, 나 또한 물리가 절대 가까이 할 수 없는 과목이며 나는 물리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인식이 뼈속 깊이 각인되었다.
장면 2. 중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 가르치기가 더 어렵다는 주위 교사들의 말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수업 시간에 남자 아이들은 혼나거나 한대 쥐어 박혀도 쉬는 시간이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데, 여자아이들은 말 한마디 지적에도 1년 내내 고개를 들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를 어쩌면 좋으냐?
장면 3. 아들만 둔 엄마들이 모여서 학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데,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남자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이면 엉겨붙어 뒹굴면서 노는데 그걸 노는게 아니라 싸우는 것으로 이해하고, 수업시간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을 산만하다고, 무슨 증후군으로 의심되니 어디 상담기관에 가보라고 한단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학습 장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미 강하게 믿고 있던 관점이라 이 책은 매우 흥미롭게 읽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뇌의 구조와 청력, 망막 등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를 분석하고, 남녀가 모험심, 공격성, 학교 생활 등의 측면에서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성차를 주장하는 근거 중에서는 남자 아이의 청력이 여자 아이에 비해 나쁘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주의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는 남자 아이의 경우, 실은 목소리가 작은 여교사들이 넓은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주의력 결핍장애를 완화시키는 약이 팔요한 것이 아니라,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학습 방식에는 확고하고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부모와 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것은 남녀의 차이 뿐만 아니라 저자가 가지고 있는 확고한 자녀교육의 관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12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부모는 권유형이 아닌 지시형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자녀를 통제하지 못하는 일부 부모의 사례는 내 주변의 이웃 중에서도 쉽게 발견되기에 특히 인상적이었다. 혼내지 '못하는' 부모에 대해 저자는 매우 완고한 입장을 취하며, 외면상 허용적인 교육의 풍토가 청소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엄격하고 단호한 훈육을 옹호하는 입장은 남녀의 차이를 떠나 관심을 가질 만하다.
또한 성 문제나 마약 같은 문제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를 부모 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약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마약의 해악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은 남자 아이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모험심을 유발한다는 것. 마약을 할 경우 가해질 구체적인 징계로 경고하는 것이 좀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것도 항상 통하겠냐마는, 학교에 만연한 담배 문제에 있어서 약간의 팁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남자 아이들이 모험을 피하기보다는 즐기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 소년과 소녀의 우정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고, 소녀들의 싸움은 고요하나 치명적일 수 있다. 어떤 경우 남자 아이들보다 훨씬 다루기 힘든 여자 아이들의 세계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뭔가를 '알아야' 할 것을 요청하는 시대다. 이런 분야의 정보가 필요한 적절한 시점에 이 책을 만났기에 나로서는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 목소리 작은 교사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구체적인 교육법을 시사받을 수 있을런지는 사실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