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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18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평점 :
온통 까만색에 마우스가 그려진 표지가 심상치 않다. 표지를 넘겨보니 다가오는 내용도 심상치가 않다. 선생님에게는 사물함 속에서 분명히 쥐의 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냉장고 속에 틀림없이 쥐가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열일곱, 고 1인 주홍이에게는... 어떻게 된 것인가. 쥐는 정말 있는가. 쥐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과연 잡을 수는 있을까.
선생님, 엄마, 주홍이가 번갈아 화자로 등장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복잡하게 생각되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가 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홍이가 임신한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은 예상을 빗나갔다.
왜 주홍이가 임신하게 되었는지, 누가 아버지인지 이 책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절반의 책임이 있는 (혹은 온전한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는) 남자의 존재는 없다. 이 부분이 궁금하면서도, 작가가 이 부분을 배제한 것은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주홍의 상황을 복잡하지 않게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임신과 낙태, 그 후의 변화에 몰입하게 만들게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청소년의 성, 생명, 어른, 책임, 편견, 시선, 관계... 많은 것들이 떠오르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홍이의 죽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것. 소설 속 가상의 인물에게 이렇게 가슴이 아파 오는데, 현실 세계에서 수많은, 또 다른 주홍이를 또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청소년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주홍이와의 손을 놓을 수 없는 어른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