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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ㅣ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4
케이트 그린어웨이 그림, 로버트 브라우닝 지음, 정영목 옮김 / 비룡소 / 2006년 8월
평점 :
‘피리 부는 사나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순전히 그림 작가 때문.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케이트 그리너웨이’의 이름을 따서 영국에서는 매년 유명한 그림책 수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그림책으로 국내에 번역된 유일한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 궁금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글을 쓴 사람이 로버트 브라우닝이라는 시인이라는 점이다. 시인이라는 걸 알고 읽었기 때문일까. 표현은 매우 시적이고 묘사는 생생하며, 눈높이는 어린이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림. 네덜란드 하멜른의 도시 풍경, 사람들의 모습이 이국적이면서도 독특하게 다가온다. 특히 노란색과 빨간색 줄무늬 목도리와 외투, 모자를 걸친, 다소 마른 피리 부는 사나이의 묘사는 참으로 새로운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글이 많다가도 갑자기 적어지고 다시 많아지는 완급의 조절이 인상적이다. 약속한 돈 1000길더를 주지 않겠다는 시장과 시의원에게 피리 부는 사나이가 엄중하게 경고를 한 후, 무엇에 홀린 듯이 갑자기 뛰쳐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글은 거의 없이 그림만으로 이어져 긴박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텍스트는 그림책 치고는 매우 긴 편이지만, 소리 내어 읽는 맛이 난다.
그 후로 하멜른 법원의 문서에는 ‘1376년 7월 22일에 이곳에서 아이들이 사라진 이후로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다’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트란실바니아에는 괴상한 부족이 사는데 오래 전 그 조상들이 하멜른에서 어떤 꾐에 빠져 큰 무리로 지하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것. 잘 알고 있지 못했던 뒷이야기까지 들려주는 걸 보면, 진짜 이야기가 아닌가 잠시 착각하게 만든다. 초등학생 뿐 아니라 어른이 읽을만한 ‘피리 부는 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