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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ㅣ 리라이팅 클래식 7
진은영 지음 / 그린비 / 2004년 10월
평점 :
얼마전에 동네 중고서점에 가서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순수이성비판>을 구입해 책장에 모셔놓았다. 전원배라는 사람이 옮긴 책인데, 서문 몇 장 훑어보다가 듣보잡 단어들과 메마른 문장에 겁을 집어먹고 다시 책장에 쑤셔 박아버렸다.
사실 좀 수준있는 인문학 책이나 철학책을 읽다보면 정말 지뢰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게 칸트다. 찝찝한 마음에 칸트로 검색해보니 백종현 교수가 새로 번역한 책이 나와 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박봉 월급쟁이인 내가 결국 사놓고 나서 읽지도 않을 그 비싼 책은 개발에 편자일 뿐..
그런 책은 전문연구자나 전공자들, 혹은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헌책방에 가서 3000원 주고 삼성출판사 판을 사서 구색이나마 갖춰보려는 지적허영심으로 그저 만족하려 한다.
그런데 그 삼성판 원전을 읽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끔찍한 일이고 내 독서방향의 앞길에 꾸준히 칸트가 출몰할 것으로 예상되어 결국 진은영씨가 쓴 칸트철학해설서 한 권을 구입했다.
진은영씨의 글은 예상외로 쓸만하다. 처음엔 다소 기교섞인 문체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읽다보니
적응이 되고 칸트철학의 주요개념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분은 시인이라고 하는데 소설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지난번에 한자경 교수의 <칸트철학에의 초대>을 읽었는데 그 책과 진은영씨의 이 책은 나같은 칸트철학 문외한이나 초보자들에게 유용하다. 이 두 권을 읽고 나면 앞으로 튀어나올 칸트에 대한 두려움은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