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의 종말 - 탐욕스러운 식욕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박용우 감수 / 문예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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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이나 식사 때 과식습관으로 후회한 적이 많았던 터에 우연히 도서관 책장에 꽂힌 "과식의 종말"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나날이 둘레를 더해가는 아랫배에 대한 걱정 때문에 계획에도 없는 책을 즉흥적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인 데이비드 케슬러 박사는 미국 식품의 약국(FDA) 국장을 지낸 소아과 의사로서 현재 미국인들이 직면한 비 만과 과식 문제를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 아닌 좀 더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로 이해하고 그 원인을 과학적, 심리적으로 진단한 다음 과식의 종말에 이를 수 있는 대안과 처방을 내려준다.

 

 케슬러 박사는 먼저 과식의 원인인 설탕, 지방, 소금을 ‘나침반의 세 점’으로 명명하고 과식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명한 다음 위의 나침반의 세 점이 유발하는 우리머릿속의 ‘뇌’의 ‘항상성 체계와 보상체계’를 공범으로 지목한다. 다시 말해 미국 대중음식들과 식품산업들이 생산해 낸 가공식품은 사실 설탕, 지방, 소금으로 범벅된 것이며 이 설탕, 지방, 소금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우리 뇌 속의 쾌감 중추를 자극하면 보상, 학습, 기억으로 뇌에 각인되면서 우리 몸의 본능적인 항상성을 교란시키고 음식을 먹는 습관적 행동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과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산업의 음모는 바로 고 당분, 고 지방, 고 염분 식품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이 먹게 하는 것이고 식품산업의 이윤추구라는 목적을 위해 어떻게 사람들을 과식의 늪에 빠뜨리는지를 식품산업 종사자의 증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설탕, 지방, 소금이 음식에 대한 충동을 강하게 만들고 그 충동을 충족해 주면 우리 뇌의 뉴런에는 설탕, 지방, 소금에 더욱 강력히 반응하게 되는 코드가 새겨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 코드는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는 섭식 습관을 발현시키게 된다는 것이 케슬러 박사의 주장이다.

 

 설탕, 지방, 소금이 잔뜩 들어가 있는 음식들이 과식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은 대체로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케슬러 박사가 굳이 책 지면의 3분의 2이상을 설탕, 지방, 소금이 유발하는 과식의 메커니즘을 중언부언식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반복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지루한 느낌을 주고 이 책의 가독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게다가 과식에 대한 거창한 욕구 이론은 이미 과식과 비만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고 그에 대한 엄청난 담론들이 쏟아져 나온 마당에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흔해빠진 정보 중에 하나가 아닌가? 또 거창한 이 책의 제목인 ‘과식의 종말’ 에 비해 책의 끝부분에 몇 십장을 할애하여 소개해 놓은 과식의 치료법과 대안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다만 과식을 야기하는 사회적 자극을 없애는 데 있어 공공정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케슬러 박사의 주장은 오로지 돈에 대한 원시적 욕망으로 무장한 식품산업의 야만적 잔인성이 가득한 우리사회에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역시 책을 읽는 것만으로 과식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 같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가는 것은 다름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2011년 7월 8일  patr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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