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닮고 싶다
국가하천 낙동강변에서 물빛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거대한 물줄기는 소리도 없이 흐른다. 물빛은 순해지고 햇볕은 물에 부서져 눈이 부시다. 강변 낮은 웅덩이에는 팔뚝만한 가물치가 떼 지어 헤엄치고 개구리, 두꺼비가 알을 낳는다. 산수유, 매화가 피고 버들강아지 솜털은 통통해진다. 이곳에 오면 세상사 일은 잠잠해지고 나는 어느새 차분해진다. 날뛰던 기억과 추억과 불안은 여기선 힘을 못 쓴다. 봄이 오는 강가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만하다. 강물은 망설임 없이 바다로 흘러가는데 나는 항상 무얼 망설이는 것일까? 강은 제 스스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흐른다. 그 흘러가는 모습은 너무나 편안해 보인다. 나도 저 낙동강처럼 이유없이 살아도 편안해지고 싶다. 저 강을 닮고 싶다.
2025.3월. 봄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