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로 산 한국의 인물들 - 한국 기독교 역사 여행
전정희 지음 / 홍성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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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완용을 처단하다

 

이재명은 칼집에서 칼을 빼 들었다. 이완용은 종현성당에서 열린 벨기에 황제 레오폴드 2세의 추도식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재명의 칼에 이완용은 어깨와 허리를 찔렸다. 칼은 이완용의 폐를 관통했다. 그러나 숨을 끊을 수는 없었다. 스무 살 남짓의 이재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푸르디 푸른 그의 젊음을 매국노 이완용을 처단하기 위해 바쳤다. 평북 선천 출신이며 평양 일신학교를 졸업한 기독 청년이었다. 저자는 단 두 줄로 기술된 청년 이재명을 찾아 나섰다. 저자 전정희는 국민일보 논설위원이자 저술활동을 겸하고 있다. 처음 저자의 글을 접했을 때 교회사의 고고학자 같았다. 기억 너머에서 흐릿해져버린 믿음의 사람들을 발굴하여 단아하고 매력적인 글로 그려낸다.

 

교회사가는 교회사의 흐름에 주요한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기술의 과정 속에서 불가피하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인물들은 제외될 수밖에 없다. 교회사의 인물들을 발굴하면서 원칙을 세웠다. 주기철, 손양원, 조만식 등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을 제외했다. 글로만 소개하지 않고 직접 현장을 확인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현장들을 답사할 수 있도록 약간의 수고를 더하는 것이다. 20171월부터 시작된 작업은 3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70여 명의 인물 중에서 31명을 선별해 묶었다.

 

서울, 경기, 강원충청, 호남, 영남, 제주 지역까지 두루두루 탐사를 다녔다. 발굴된 내용들은 지금까지 어떤 교회사 책에서도 찾아낼 수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서두에 소개한 청년 이재명은 처음 접하는 인물이다. 그뿐 아니라 현해탄의 투신 정사의 주인공 윤심덕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심지어 현해탄에서 투신했다는 것도 가능성에 불과했다니. 사의 찬미를 부른 윤심덕 너머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는 윤심덕의 다른 얼굴이 있다. 모태신앙이었고, YMCA 강단에서 찬송가를 부른 유명한 가수였다는 점이다. 지금도 가슴 아픈 김옥균은 갑신정변을 일으킨 주모자로 알려져 있지만 명성황후를 주측으로한 수구파를 처단하고 개혁을 일으킨 주역이었다는 사실이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이야기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통속적 이미지 너머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역사를 충분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한국교회는 현재를 있게 만든 믿음의 선배들을 과도하게 망각하고 있다. 현재의 한국교회가 처음 마음에서 너무나 멀리 떠나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과도하게 비역사적 종교로 퇴보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사도행전과 같은 책이다. 한국교회의 첫 모습, 지금까지 알려진 주류의 역사의 아닌 그 너머에서 살아왔던 믿음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믿음의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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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을 쉬고 삶을 돌이킨다. 과거는 늘 아름답다. 지난 2년 동안 정신없이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내일은 더 좋을꺼야 버티며 살았던 시간들. 시간은 쌓여 추억이 된다. 아내와 목포를 걸으며 목포를 다시 본다. 산도 없고, 그렇다고 드넓은 평야도 아닌 목포. 목포는 항구라지만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는 항구. 그래서 많이 답답했다. 그러나 몇 번 걸온 근대화 거리. 목포역, 해양대. 이곳저곳 걸어보니 드디어 목포가 조금씩 눈에 들어 온다. 


오늘 문득 목포 정년이가 눈에 들어 온다. 아직 살지 말지 고민 중이지만 반가움에 담아 둔다. 목포 역사 공부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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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히브리즘은 한국의 정서와 많아 닮아 있다. 아마 교회 역사가 서유럽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았다면 개신교의 색을 현재와 많이 달랐으리라. 비아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개신교가 엄숙주의에 함몰되었는지 알게 된다. 서사성을 상실한 복음은 과도한 서구 중심의 편견에 휘둘린 것이 확실하다. 물론 서구 사상이 모두 악하고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논리와 이성만을 편협하게 강조한 탓이 문학적 상상력이 약화되었다는 뜻이다. 김세윤 교수의 책과 김영봉 교수의 책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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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다


참 오랫만에 목포 시내를 걸었다. 목포는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도시보다 특이하고 기이하다. 처음 목포는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봄이 오니 화려한 화장을 한다. 참 이쁘다. 


목포에 관련된 책을 찾는데.. 헐.. 왜 이렇게 많아? 이렇게 유명한 도시였단 말인가? 하여튼 몇 권 담아놓긴 한데 무슨 책부터 주문해 읽어야 할지. 거참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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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게 삶을 읽다


기독교인이지만 불교서적을 좋아한다. 수년 전에는 일년 내내 불교 경전들을 수십 권 읽었다. 누군가에 의하면 경전은 빨리 읽으면 안 된다고. 조곤조곤 자근자근 밥 먹듯 소화 시켜 가며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죽어도 그렇게 못한다. 나는 정독하지 않고 속독하고, 그렇지 않는 것은 몇 구절을 놓고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한다. 불교 용어는 낯설기 때문에 정독할 수 없다. 그래서 택한 것이 속독이다. 그냥 알든 모르든 지나치는 것이다. 그리고 읽어가다 이상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으면 밑줄을 긋고 물음표를 큼지막하게 그린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그곳을 찾아 정리하고 다시 찾아 본다. 


어제 한 권의 책을 얻었다. 법정의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하루를 살아가면 사유한 것들을 글로 옮겼다. '불필요한 것들' '노년의 아름다움' '모란이 무너져 내리고' 그렇게 써내려간 글의 실체는 존재의 발현 그 자체다. 자연을 사랑하는 노 스님. 운하를 반대했던 글을 썼을 줄이야. 지금은 감옥에 있는... 돈에 매수되어 버린 기독교 장로.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대통령 공약사업 홍보물의 그럴듯한 그림으로 지역주민들을 속여 엉뚱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발 욕구에 불을 붙여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다."(37쪽)


무모한 국책사업.... 법정은 그렇게 보았다. 법정의 판단은 알았고, 예리하게 분별했다. 


"경제만 있고 삶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아름다움이 없다면 인간의 삶은 너무 삭막하고 건조하다."(43쪽)


성불하소서! 참으로 기이한 이 표현을 아직 이해 못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된다는 말이리라. 기독교에는 성령이 임하면 모든 사람들이 작은 예수라는 교리가 있다. 모든 종교는 다르듯 같고, 같으나 다르다. 그렇게 2020년 부처님 오신 날은 내게로 왔다.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손대지 않고 쓰지 않는 물건이 쌓여 있다면 그것은 내게 소용없는 것들이니 아낌없이 새 주인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 P16

모란이 무너져 내리고 난 빈 자리에 작약이 피고 있다. - P27

자연을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 P36

대통령 공약사업 홍보물의 그럴듯한 그림으로 지역주민들을 속여 엉뚱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발 욕구에 불을 붙여 국론을 분열시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처사이다 - P37

경제만 있고 삶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아름다움이 없다면 인간의 삶은 너무 삭막하고 건조하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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