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책을 샀다. 내가 좋아하는 김훈과 내 지인들이 좋아하는 박민규의 책이다. 책과 사색이 다 사치처럼 느껴지던 지난 몇달간, 난 김훈처럼 진지했고 박민규처럼 홀로 유별났다. 머리는 하나 둘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마음을 졸이고 밤은 낮의 노고를 씻느라 별빛하나 볼 수 없을만큼 그저 덤덤한 무채색이었다.
그래서 책을 보련다. 김훈을 읽고 그의 근사한 문체와 리듬감에 혈흔같은 옛 기억을 아로새기고 또 잊을련다. 박민규를 읽고 나를 옥죄었던 사소한 아픔들에게 근사한 이별인사를 해야 될 듯하다. 눈이 시뻘개져 핏빛 실줄기를 피어낼 때 나는 책으로 그 아픔을 갈음하련다.
건조한 일상에 축축하게 녹아들다 보니 말이 말을 낳고 나를 내가 스스러워 한다. 글도 아닌 겉멋만 가득한 생각의 나열 속에 퇴근 전 잠시 잠이나 자야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