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개가 아닌 이상 제 목줄을 죄고 있는 이에게 경외(敬畏) 이외의 친근감을 느끼긴 힘들다. 아울러 밥벌이와 관련된 허접한 부딪힘 속에서 제 밥줄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웃음의 강도와 말의 도타움이 달라진다. 그런 것이 싫다며 손사래 치고선 제 깜냥대로 살다가는 그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못난 사람으로 남기 마련이다. 제 자신은 고고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실 고고함을 위해서 백조의 자맥질처럼 치열한 근천스러움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듣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외로웠던 독신남의 울림이 마음을 가라앉혔나 보다. 무언가 적잖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오후에 브람스는 독(毒)이다. 묵직한 보랏빛이다. 고요한 짓누름이다. 왠지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맴도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