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젠 사람이 그리워 친구를 만났다. 평소 사람 사이에 자리하였거늘 내 자린 늘 없는 듯 했다. 섬처럼 단조로웠다. 단출하게 자리한 외로된 자리를 이어 줄 다리가 그리웠다. 홀로 사람을 엿살피며 나를 추슬렀다. 그런 눈여겨봄이 어긋날 적도 종종 있었다. 그 어스러짐을 이어 붙이려 나다운 질문을 하고 나답지 못한 답을 했다. 그 애씀은 기특하나 부질없었다. 못 다한 물음이 마음에 생채기를 냈고 못 맺은 답이 부박한 가슴을 가난케 했다. 봄처럼 가을처럼 시리고 한편으론 따스했다. 두 계절이 아무 기찰(譏察) 없이 오가곤 했다. 인적은 드물었다.

 이렇듯 사람이 그리워 친구를 만났다. 사람 사이엔 지내 온 만큼의 흔적이 남는지라 간만의 부대낌에도 헌것 같은 정겨움이 새것마냥 돋아났다. 거친 말이 오가며 버성김을 메웠고 따신 눈길이 오가며 지난날을 되새겼다. 오월의 들머리는 그렇게 찬란했고 속됐다. 현학적 주제도 그저 저자거리의 말처럼 범상했으며 심상할 따름이었다. 말이 그득했지만 넘치진 않았다. 이야기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시 일상이다. 간만에 회사로 출근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란 게 얕은 헤아림만으로도 감내할 수 있는 사소한 작업인지라 그리 버겁진 않다. 어쩌면 지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시쁜 마음을 옹글게 해준 덕이리라. 소슬한 날씨 탓에 봄빛도 사치인 시절, 내 앞에 놓인 조붓한 길을 허랑히 내딛는다. 오늘도 누군가의 말을 곱다시 듣고선 밖으로 흘러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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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5-03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섬의 보채는 아픔이
다른 섬의 보채는 아픔에게로 가네.

한 섬의 아픔이 어둠이라면
다른 섬의 아픔은 빛
어둠과 빛은 보이지 않아서
서로 어제는
가장 어여쁜
꿈이라는 집을 지었네.

강은교 시인의 <섬-어떤 사랑의 비밀 노래>라는 시의 일부에요. 바밤바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이 시가 떠올라 찾아보았네요.

바밤바 2010-05-0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네요. 헌데 시에서 섬(島)이란 어휘가 낯설게 다가오네요. 단위를 세는 명사 같은 느낌.. 강은교 시인도 그걸 노린게 아닐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