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을 읽다 마음에 와 닿는 구문을 발견하여 옮겨 놓는다.

‘약한 사람이 능멸을 받고 그것을 강한 상대에게 풀지 못하게 되면 자신에게로 그 원한을 돌리게 되고, 자신에게 돌린 원한이 깊으면 깊을수록 복수하겠다는 심정이 세상 전반에 향하게 되는 것이 인생살이의 이치가 아닌가. 따라서 일찍이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잘 다스림이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는 첩경인 줄을 알지 못하고, 자신과 집안을 모두 그르치기가 쉬운 게 심약한 사람의 특징이었다.’

그 헤아림이 옳은 듯하다. 나또한 저런 모진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한 적이 있었기에 그 미욱함이 언젠가부터 심히 부끄러웠더랬다. 황석영의 마음도 아마 심약할 터이다. 그 심약함을 이겨내고 제 자신을 벼리며 살아왔기에 지금의 그가 있을 것이다. 심약하다 보니 사람을 잘 헤아리고 강해지려다 보니 세상사가 절로 이해됐을 테다.

많은 자잘한 이야기로 세상을 훑어내는 그 재주가 기이하다. ‘그럴법한 일’을 잘 전달하는 게 소설가의 큰 복이라 할 때 그는 정녕 제 재주를 고마워해야한다. 고마워하니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소설보다 더 구라 같은 세상사라하나 기실 오롯이 남의 삶을 살피는 데는 신문보다 소설이 낫다. 덕분에 또 하나를 배운다.

그나저나 온실효과다 뭐다 하더니 날은 더 추워진 듯하다. 증명할 수 없는 설(說) 보다 피부가 느끼는 차가움이 더 명징한데 이산화탄소 배출을 무리해서 줄여야 하나. 너무 추우니까 좋자고 하는 일도 시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옷자락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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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8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산파 장삼풍이 만든 태극권이라는 무술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삼라만상 세상만사 물 흐르는대로 허허실실을 표병하는 무술이기에 실전보다는 심신수련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더군요.(베이징 거리 아침광장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집단으로 체조하는 모습처럼 보일 때도 있더군요)

바밤바 2010-01-08 20:39   좋아요 0 | URL
어.. 장삼풍은 무당판데.. ㅎ 영호충이 화산파.
의천 도령기에서 삼풍이 할배가 장무기한테 태극권 가르쳐 줄 때가 생각나네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야 그 깊이를 체득하게 되는 역설.
근데 태극권이 왜 생각나셨죠?ㅎ

Mephistopheles 2010-01-09 00:35   좋아요 0 | URL
악...동방불패, 소호강호와 잠깐 착각..무당파가 맞습니다. 제 자신을 버린다는 대목에서 무상무념을 모토로 삼는 태극권이 생각나버렸습니다.

비로그인 2010-01-0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치 윗도리를 풀어헤치고 탁 내놓는 듯한 글들이 좋았는데요.
아쉽게도 끝까지 다 읽지 못했네요~

날씨가 추우시다니 이런어쩐다..36.5도의 난로를 하나 구하셔야겠네요. 이미 곁에 있으실지도 모르겠지만욥^^

바밤바 2010-01-08 20:3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난로를 구해야겠어요. 손난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