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연꽃의 길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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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은 ‘심청’을 주인공으로 한 동양의 오디세이를 구상했다. 그 오디세이는 매춘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몸을 사고파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행위가 지극히 자연스레 이뤄진다. 다만 청이의 자아가 성장하는 방식은 작가가 강제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는 처음엔 성공지상주의자로 보인다. 성의 매개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 한다. 그러다 제 정인과 행복을 꿈꾸는 로맨티스트로 바뀐다. 삶의 바닥에 부딪혔을 댄 다시금 성공지상주의자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 박애주의자로 변모한다. 이런 ‘약한 고리’는 청이에게 공감하기 힘들게 한다. 청이에게 능동성을 부여하여 ‘여성 잔혹사’라는 비판을 튕겨내려 애쓴 흔적은 보이나 캐릭터와 공감이 되지 않기에 이야기는 겉돈다. 지극히 불행해 보이던 한 여인이 어느 순간 쉽게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것 따위는 작가의 욕심이 지나쳤다고 말해준다.

또 청이가 새로 정착할 때마다 세밀히 묘사되는 사창가의 모습은 가독력을 떨어뜨린다. 무언가 곁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았던 ‘태평천국운동’에 관한 부분은 후에 한마디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이야기를 추스르는게 버거웠다는 방증이다 한중일, 괌을 아우르고 제국주의와 상업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녹여내기엔 ‘소설’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즉 진중권이 자주 말하는 ‘데우스엑스마키나’가 자주 사용된다. 무엇보다 황석영은 여성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하루키 소설이 보여주는 예의 ‘여성의 마음을 훔친 듯’한 어찌할 수 없는 공감을 느끼기 힘들다. 지나치게 보듬으려는 노작가의 욕심이 곳곳에 묻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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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2-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ㅎㅎ 어쩜 여성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대단하다고 극찬을 했어요; 남자가 생각하는 여성의 심리가 대체 어떤건지 궁금해지네요.(하루키의 여성상은 너무 남성주의적 판타지라고 보거든요) 암튼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제가 볼 땐 황석영은 하루키에비할 작가는 아니라고 봅니다.

연휴 내내 책 많이 읽으셨네요. 전 부어라마셔라 하느라 아직도 헤롱헤롱 '-'

바밤바 2009-12-28 16:12   좋아요 0 | URL
이야~ 난 오늘부터 부어라 마셔라~ ㅋㅋ
뽀님 좋은 연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