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에 별로 욕심이 없다. 자잘한 것에 더 끌린다. 그 자잘함이란 소박함과도 닿아있다. 그러다 보니 일의 우선순위가 섞갈리기 일쑤다. 그런 내게 친구들은 독기를 품고 살라 한다. 좀 더 진중하고 가열 차게 산다면 남보다 편히 살 거란 말을 덧붙인다.

 그들의 말이 지극히 옳다고 생각한다. 잗다란 것을 좇다 큰일을 그르치곤 하기에 그렇다. 허나 그런 그르침이 나를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거라 위로하며 살았다. 문제는 나이였다. 살아 온 시간이 점점 두터워지며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마음 가는 데로만 행동했더니 삶이 점점 야위어간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얼마 전 알라딘에서 했던 서평 대회 때문이다.

 서평 대회 기간에 내겐 중요한 시험이 있었다. 그 시험을 잘 봐야 내 인생은 노력보다 빛날 수 있었다. 허나 나는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기는데 열중했다. 3일 정도 공부하면 될 거라 여겼지만 경쟁자들은 한 달은 넘게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 시험에서 떨어졌고 다시 서평을 쓰며 마음을 눅였다. 헌데 내가 쓴 서평 중 단 하나가 당첨됐다. 공들여 쓴 서평들이었는데 마음 가는 데로 쓴 한편만 된 거다. 화가 났다. 묘한 경쟁심과 스스로의 쾌락에 도취되어 일의 경중(輕重)을 파악하지 못한 미욱함이 원망스러웠다. 서평을 쓰는데 들인 노력의 반만 기울였어도 시험을 통과하긴 어렵지 않았을 테다. 작은 보상으로 큰 상실을 메우려 했던 마음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서평은 계속 쓸 예정이다. 이제 할 게 별로 없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도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 이름으로 황석영 씨 책 네 권을 빌렸다. 다만 알라딘이란 사이트가 곱게 보이지 않는다. 마케팅 전략에 넘어가 인생을 둘러가게 된 현실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게 내 탓이란 자기 객관화 정도는 가능하지만 마음을 삭히기 어렵다. 아.. 진짜..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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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1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도닥도닥 다시 볼 수는 없는 시험인거예요?

바밤바 2009-12-18 14:56   좋아요 0 | URL
내년에 볼 수 있는 시험인거예요 ㅠㅠ
누나~ 맥주 사줘요~ 엉엉

무해한모리군 2009-12-23 15:57   좋아요 0 | URL
좋아요 맥주를 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