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누군가 때문에 맘 졸였던 적이 있다. 그때의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아, 던적스런 내 삶을 돌아볼 때면 아리고 슬프다. 다들 다치지 않고 감사히 살아가길 바랐지만 내 애씀은 모질함으로 비쳐질 따름이었다. 모두가 시퍼런 칼을 갈고 신경을 날카로이 하던 무섭도록 시린 시절이었다. 그 무참한 기억이 어깨를 기댈 이 없을 때면 버짐처럼 스민다. 가슴에 여울진다.

 마음을 눅이고 일상에 전념하려 할수록 삶의 지난함이 매섭다. 음악도 책도 다 심란하다. 먼 곳의 친구를 보고 싶지만 찾아가는 여정의 번잡함이 그리움을 사소하게 한다. 어제는 비가 왔다. 가을이랑 다 잊어버리고 겨울과 함께 하라고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정표(情表) 같다. 내게 인생이란 머무르려 할 때마다 이별을 고하곤 했다. 그런 이별이 켜켜이 쌓여 내 몸을 가누지 못할 때에는 밀실에서 시간을 때우고 몸을 보살피지 않았다. 이런 무심함이 홀로 밤을 지새울 때면 눈을 흐릿하게 한다. 눈자위가 슬프다.

 올해 겨울은 조금 덜 추웠으면 한다. 가을에 널리 밥을 구하지 못했으니 겨울이나마 좀 더 포근했으면. 내일 내 삶을 구획 지을지 모를 일을 앞두고선 괜히 번잡하다. 마음은 어린데 육신은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듯하다. 꿈 많던 그 때가 어제처럼 생생하여 더욱 밤이 길어진다. 아침은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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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2-1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쓰셨으니 그 날은 오늘이겠죠?
마음을 다지고, 하시려는일 잘 되시길 빕니다.

날은 좀 흐리네요..그래도 웃으시는 하루 되시길!!

바밤바 2009-12-11 18:29   좋아요 0 | URL
그냥 좀 안좋은 일이 있어서요^^;;
생각은 두서없는데 문장은 괜찮은듯 하네요.. ㅎㅎ
바람님도 웃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