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생각을 정리하자는 차원에서였다. 글을 쓰다 보니 희원(希願)이 있었고 그와 연관된 책을 더 읽었다. 다소 스스로를 학대해가며, 또 일상을 침범해가며 책을 읽고 글을 토했다. 어느 책은 쉬이 읽히지 않아 페이지를 나누어 보고 어느 책은 쉬이 읽혀 나름 삽시간에 보았다. 헌데 이 지난한 여정이 벅차다. 하루에 대여섯 개의 서평을 올리는 이들을 따라 잡을 수 없기에 그렇다. 이 경주는 일주일 뒤에 막을 내린다. 알라딘 서평 대회 말이다.
서평 대회에 올려 진 책들은 제한적이다. 이미 서평을 쓴 책도 많았고 외서나 어린이 용 책 또한 서평 대상이었기에 운신의 폭은 좁았다. 소설의 폭은 넓었지만 호불호에 의해 내팽겨진 작가들의 글이 섞여 있었고, 인문학은 생각을 곱씹으며 읽기를 강요하는 책이었다. 허나 이미 시작한 여정이었다. 이삼일에 한편 꼴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1등은 하지 못해도 수위에 들지 않을까 하는 구접스런 호승심이 글을 이어나가게 했다. 억지로라도 책을 붙들고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은 정리되고 문장은 경쾌해졌다. 서평 대회의 순기능(順機能)이었다. 흡족했다.
그래서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닿을 수 없는 바람이었다. 책을 읽고 글로 정돈될 때까지의 시간 덕에 서평에 오롯이 나를 밀어 넣기 힘들었다. 또 드러내고 젠체하기 위한 글이 아닌 스스로를 다독일 글을 쓰려다 보니 생각이 더께로 쌓여야 했다. 버거웠다. 이제 남은 일주일 동안 많아봤자 4권 정도의 책을 더 읽고 서평을 쓸 수 있을 듯하다. 잗다란 스터디와 과외 활동을 감안하면 좀 더 바지런을 떨어야 가능할 수치다. 무엇보다 알라딘에서 지정한 책 중 몇몇은 닿지 않은 곳에 있기에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을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주 토욜엔 시험이 있으니 모레부턴 책을 좀 멀리해야 한다. 이래저래 이 대회의 위너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 많은 책을 읽고 또 흔적을 남기는 몇몇 이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그들의 서재를 기웃거리고픈 생각도 있었으나 부질없음을 깨닫고선 일상에 매진한다. 애초엔 1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게 목표였는데 여태껏 해 온 가여운 노력이 좀 더 스스로를 풀무질하라며 재촉한다. 갑자기 학교 앞 서점인 ‘풀무질’의 아저씨가 생각난다. 잠을 자야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헤아릴 수없는 고민 때문에 글을 쓴다. 글이 이지러진다.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 이런 상태에서 쓴 글은 다음 날 아침 꼭 후회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