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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인 중 한 명이 위 필자에게 수업을 들었다 한다. 그녀는 자신감을 강조하며 ‘니들이 세상의 벽에 부딪혀 아파하는 건 제 자신을 믿지 못해서이다’ 라며 나르시시즘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러한 강조는 사뭇 현실과 괴리되어 보였고 제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평하는 잘난자의 오만까지 느꼈다고 지인은 전했다. 참고로 지인은 서울대가 아닌 타 학교에 다닌다. 즉 서울대 학벌도 아니고 그녀처럼 예쁘지도 않다. 이 책 서울대 말하기 강의는 ‘서울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학벌이란 공통 분모위에서 시작하여 외모에 자신이 있어야만 빛을 발하는 건지도 모른다.
유정아는 서울대 출신에 아나운서도 했다. 그녀의 프로필을 보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그닥 어려움이 없는 듯하다. 삶의 표피만 보고 판단했기에, 심층에 깔린 그녀만의 역경을 간과했을지 모르나 그녀의 자신만만한 글은 내 심증을 더 강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타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선 그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공감’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프로필은 공감을 자아내기는커녕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게끔 한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해주는 충고란 많이 아파한 후 간절한 고백의 형태로 이뤄지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여기기에 그녀의 이 딱딱한 글은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수업 텍스트와 같은 구성과 ‘밥 먹으면 배부르다’와 같은 뻔한 아포리즘의 나열은 필자가 책을 쉬이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1분 만에 수강신청이 완료된 인기 강의라는 홍보 문구 또한 어느 정도 괜찮은 교양 수업은 대부분 1분 만에 수강신청이 완료되는 현실에 비춰 볼 때 그닥 매력적이지도 않다. 무엇보다 서울대라는 브랜드 네임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판매 전략은 불편하기도 하다. 서울대라는 간판이 후광효과를 일으켜 왠지 거만한 그녀의 표지 사진을 한껏 추어올렸으니 책의 마케팅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마치 최근 본 가장 최악의 영화인 ‘2012’처럼 먹을 거 없는 작품을 와이드 릴리스로 판매하려는 출판사의 지나친 마케팅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지은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은 꽤나 좋았더랬다. 이런 감성적이고 유한계급식 글쓰기가 그녀에겐 딱일 듯하다. 고백의 언어가 아닌 명령과 지시의 언어로 가득 찬 위의 책은 어떠한 공감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 무엇보다 출판사의 홍보 전략에 넘어가 책을 구입한, 말 못하는 이들은 별것 없는 레토릭에 화만 치솟았을지 모른다. 나 또한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이 책을 끝까지 읽었지만 알맹이 없는 말의 향연에 괜히 시간만 아까웠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책의 저자는 마리 앙트와네트 같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 했던 그녀처럼 저자 또한 말하기가 힘들면 자신감을 가지세요란 말을 한다. 결국 자신이 갖춘 학벌과 미모가 아닌 제 자신감이 스스로를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끔 했다 여기는, 자기객관화가 덜 된 사람의 글을 읽고 마음이 동할 이들은 누구일까 싶다. 제 자신을 좀 더 반추하고선 반성의 글을 내는 것이 책을 구매한 사람에게 필자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애프터 서비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