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알바를 하게 됐다. 각 회사의 마케팅 팀장을 인터뷰 하는 일이다. 간단한 일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녹록치 않다. 그들과 약속을 잡기 어렵고 잡은 약속도 변경하기 일쑤다. 또 노회한 사람들이다 보니 잠깐 정신을 놓으면 어느새 그들의 언어에 섭슬린다. 쉽지 않다.
그래도 많은 걸 배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기세 싸움이 중요하다는 거. ‘을’이라고 을의 입장에서 행동하기 보단 ‘갑’인냥 허세를 부리는 게 낫다는 거. 상대에 대해 조사를 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상대적으로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거. 뭐 서른만 넘으면 당연히 알게 되는 인간사의 평범한 진리를 불민한 성정 탓에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내일도 아침 9시 까지 양재동 삼성 건물로 출근해야 된다. 정장을 입고 아침 바람을 몇 번 맞았더니 볼이 시리다. 한 손에 영자 신문을 들고 한 손에 인터뷰 용지를 든 채 길을 나서야 한다. 그나마 선크림을 바르고 다녀 햇살은 반갑다. 돈은 다음 주에 입금 될 듯하다. 덕분에 시디를 몇 개 살 수 있게 되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