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귀여워하는 후배와 담소를 나눴다. 영자 신문 읽기 스터디였는데 말이 넘치다 보니 공부는 되지 않았다. 그저 말이 너울대는 청신한 시간이었다. 후배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하였다. 올해 졸업하고 공부를 시작할 때엔 야망이 있었는데 차츰 푸른 해원에 지친 나비처럼 마음이 사위어 든다 했다. 자소서 쓸 때 자주 나오는 ‘역경의 극복과 교훈’이란 항목에선 자신의 알차지 못한 인생을 반성하기 바쁘다 했다. 자신에 비해 난 생각이 많아 보인다며 자신도 그런 잗다란 고민 속에 치열함을 가지고 싶다 했다.

2시간 동안 앉아 공부는 하지 않고 그런 고민과 마음만 더께로 쌓았다. 앞서 다른 친구가 물어 본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재잘거림으로 핍진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말이 수활하지 못했다. 언어가 넘치고 찰지지 못한 까닭은 다 몸을 잘 건사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후배를 다독이며 내 뒷모습을 도닥이곤 그 아이의 마음을 읽으며 내 마음을 독해했다.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니체나 베르그송을 말하며 우리를 말하고선 내 문제에 천착했다. 후배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자신의 불민함과 나의 특별함을 말하곤 했다.

그 아인 자신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마음을 벼리고선 제 말을 조곤조곤 읊조렸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 하자 그 아인 내 말투가 귀엽다며 산드러진 눈웃음을 쳤다. 살가운 미소를 띠며 내일 다시 공부하기로 했지만 채 비우지 못한 범박한 공상들을 놓지 못한 어제 오후였다.

마음이 너붓거리며 갈피를 못 잡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마음이 헌걸차고 쉬이 푼푼하다. 말을 글로써 정리하니 생각이 원융하다. 버캐로 여울진 감정의 찌꺼기가 가뭇없이 사라진다. 푸슬푸슬 부스러진다. 조금만 더 기민하게 살 것을 희원하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오늘 아침 햇살은 다소 흐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10-1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그 황망한 가운데서의 여유가 부럽기도 합니다.
곧 바밤바님게 편안하고 좋은 시절이 오리라 믿습니다.

후후, 어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좀 끄적여 봤는데 반가운 음반이네요.
밀슈타인. 그의 프레이징 처리는 정말 마술과 같지요..

바밤바 2009-10-16 20:08   좋아요 0 | URL
저도 제 여유가 좋으네요^^ ㅎ
밀스타인 연주 좋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