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사티 : 피아노 작품집 (짐노페디,녹턴 외)
이엠아이(EMI)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에릭 사티는 기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짐노페디일 테다. 영화 '여친소'에도 삽입되었다 하는 데 영화를 보지 않아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에릭 사티의 작품 중 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벡사시옹 일테다. 메트로놈을 기준으로 하면 14시간이 넘게 연주된다는 이 음악은 같은 멜로디를 840번 연주해야 한다. 무한 반복의 괴로움이다. 어차피 벡사시옹이란 명칭도 '고통'이란 뜻이니 그리 나쁘지 않은 불림이다. 그는 이런 곡을 왜 만들었을까? 모를 일이다. 아마 어떤 멜로디가 금찍하게도 단속적으로 머리에 울렸나 보다. 고통을 나누자는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허제씨가 지은 책에서 추천을 받고 산 음반이다. 허제씨는 별점 다섯개를 이 음반에 줬다. 사티 음반이 이 하나 밖에 없으니 좋고 그름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곡이 특이하니 차이도 잗다랄 테다. 2 for 1이니 그냥 집었다. 곡은 대충 이런 식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잔상이 몸을 훑는다. 딱히 떠오르는 멜로디도 리듬도 없다. 그냥 흐른다. 

치콜리니 연주다. 가끔 들릴 듯 말듯한 연주가 아롱거린다.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아무렇지 않게 뺨을 어루만지면 이렇듯 희미할 테다. 여름이 저문다. 가을이 눈을 뜨려한다. 소슬해질 마음에 사티의 선율이 얹혀진다. 마음이 가볍다.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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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8-0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벌써 여름의 저묾을 느끼시는군요..섬세한 눈이시네요^^
전 한 해, 한 해 여름이랑 친해지는 법을 배워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티를 들을 때마다 드뷔시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인상주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마치 물이 끊임없이 흐르며 가끔 몇 방울 튀는 느낌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사티는 최근에 타로가 낸 음반이 참 좋더군요.


바밤바 2009-08-01 21:25   좋아요 0 | URL
타로의 음반을 들어본 적이 없네요. ㅎ 다음주에 태풍이 찾아오면 여름도 서럽게 사위어들 것 같습니다. 가을엔 모든 게 다 풍성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