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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이매진 - 영화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진중권의 문장은 난해하다. 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암호처럼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철학자나 미학자를 아무런 주석없이 글에 묶어내는 진중권에겐 거만함도 느껴진다. 왠만한 배경지식은 갖추고 내 책을 읽으라는 지식인의 거만함 말이다. 많은 사유를 표현하려다 보니 문장이 조잡하고 그 행간을 여러번 읽어야지만 파악 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다만 이 책은 왠만한 미학 내지는 철학적 지식을 갖춘 이에겐 새로운 사유를 느끼게 해 줄 좋은 참고서가 될만하다. 에라스무스 보쉬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보지않고도 바로 연상할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꽤나 흥미진진하게 볼 것이다. 난해한 문장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뒤로 갈수록 읽기 수월해 지는 맛도 있다. 미학자나 사회학자를 들먹이는 초기보다 후기에 나오는 철학자에게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역설적 매력이다.(그 정도로 이 책에 나오는 사람 이름을 가장한 함축적 상징어들은 독자를 힘들게 한다.)
진중권, 이 분 말도 잘하시고 글도 잘 쓰신다. 하지만 자신의 전문분야인 미학이나 철학에 있어서는 대중과 소통하려기 보다는 제 생각을 풀어내기에 바쁜 듯하다. 또한 곳곳에 보이는 '누가 그랬던가..' 하며 출처를 명확히 하지 않는 부분은 정성이 부족해 보인다. 미학자 진중권의 사유를 좇다 보면 어느새 발바닥에 땀띠가 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 모른다. 인문학의 위기란 말을 자주하는데, 대중화된 지식인의 대표격인 진중권의 글은 이러한 위기를 더 부추기는 듯하다. 대중과 소통을 하지 않고 대중을 괴리 시키는 그의 문장은 진중권 팬의 입장에서 다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