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공드리는 언제나 따뜻하다. 그의 영화 속 말 많은 주인공들은 미셸 공드리의 페르소나가 분명하다. 친절한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몽상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공드리의 감성을 잘 드러낸다. 특히 오만불손한 루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잭블랙은 공드리의 친절한 자아가 현실에서 하지 못할 무례함을 대신 표출시켜주는 듯하다. 잭블랙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과 사회부적응자로 보일 정도의 불손함은 공드리의 또다른 자아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영화의 생산과정은 키치적이다. 그러기에 재미있다. 이 불량식품의 오묘한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 '스웨덴식 영화'에 몰린다. '영구와 땡칠이'의 남기남 감독이 연상되는 그들의 영화 찍기는 허술하지만 창의적이다. 결국, 디비디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비디오 영화 찍기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몽상가의 현실 도피로도 해석 가능하다. 

  다만 영화가 너무 착한것 같아 보기 안쓰럽다. 몽상가의 꿈이 착한 이상향에 안착할수록 그의 꿈에 박수를 쳐주기 힘들다. 차라리 장준환 감독처럼 모든걸 뒤섞어 버리는 초현실적 결말을 보여줬다면 관객은 공드리의 꿈에 동의해줬을지 모른다. 현실의 비루함을 잘 알기에 꿈으로 도피하려는 공드리의 추종자에게 이런 '나이브'한 결말은 현실도피의 쾌감을 역설적으로 깨뜨린다.

  꿈에서 깬 뒤 그건 다 꿈이었다고 하는게 그나마 아름답다.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건 얼마나 잔혹한가. '달콤한 인생'에서 김지운 감독은 이병헌의 입을 빌려 이런 말을 한다. '행복한 꿈을 꾸고 나서 슬픈 이유는 그것이 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잡힐 듯 하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꿈은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저 꿈은 꿈으로 현실은 현실로 두는 이분법적 세계야 말로 공드리를 추종하는 몽상가에겐 가장 적절한 안식처가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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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1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소개프로에서 줄거리만 간략하게 봤었는데 나이브한 결말로 끝나는군요.
뉴스만 봐도 너무 엽기적이라서 전 요즘 환타지에 빠져 살아요.. 안그러다간 인간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버릴거 같아요.. 휴~

바밤바 2009-02-19 20:20   좋아요 0 | URL
저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요즘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고싶은 현실만 보고 살다보면 삶 자체가 위태해지거나 너무 나이브해질거 같네요. ㅎㅎ
담 소개팅은 언제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2-23 11:52   좋아요 0 | URL
소개팅은 음..
주변에 누구 없나 그냥 함 찾아보려구요 ㅠ.ㅠ

바밤바 2009-02-23 22:26   좋아요 0 | URL
원래 주위에 좋은 사람들은 독신주의자거나 남이 다 챙겨 가는듯~ㅎㅎ
힘내세요~휘모리님! 우후훗!

Mephistopheles 2009-02-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물쩍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비디오가게가 입주한 그 오래된 건물은 철거의 수순을 밟겠지요. 아마도 추억이여 안녕, 현실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미셀 공드리는 영화에서 계속 보여주는 것 같더라구요.

바밤바 2009-02-19 20:17   좋아요 0 | URL
제가 '이터널 썬샤인'이란 영화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환상성이 충족되지 않아서 조금은 뾰루퉁한 리뷰를 쓴거 같네요. 카우프만과 한번 더 작업하면 좋을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