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브루크너 : 교향곡 7번
DG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브루크너의 음악은 유장하다. 지나치게 느려 어떤 때는 답답하기 까지 하다. 첼리비다케의 경우 브루크너의 음악에 심취하였지만 일반적인 음악 애호가들에게 들려 줬을 때도 그러한 음악적 심취를 경험할 지 의문이다.

 휘향찬란한 수사학과 형이상학적 용어가 난무하는 브루크너 음반에 관한 평 들은 음악을 귀로 들었는지 좌뇌로 들었는지 헷갈리게 한다. 닥치고 들으라는 식의 우월주의와 '나는 자네들과 다른 귀를 지니고 있다'는 식의 심미안적 구별짓기 행위는 브루크너를 더욱 더 머나먼 존재로 만든다. 나도 이전엔 그러한 음악평들을 보곤 기죽곤 했었다. 물론 지금도 음악 자체의 형이상학적 아름다움을 운운하며 자신의 취향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닥치고 주위 사람들이나 잘 챙겨라' 라고 말하고 싶다.

 어렵다는 브루크너의 곡 중에 그나마 교향곡 7번은 잘 알려져 있다. 이 곡의 2 악장이 '불멸의 이순신'에서 테마곡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곡을 듣다 보면 한없이 늘어지는 음표 사이의 끝 없는 공간감에 당황하기도, 또 지루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브루크너는 파이프 오르간니스트 였기에 하나의 오르간 곡을 듣는다는 느낌으로 곡 전체를 듣다 보면 잠시나마 흥미가 생긴다. 또한 매우 서정적이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서 들으면 제법 귀에 감긴다. 정신적 노동에 대한 일종의 음악적 보상 행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루크너의 곡은 워낙 길고 악장 하나하나의 연주 시간 또한 길기 때문에 어느 지휘자의 곡을 듣느냐가 꽤나 중요한 편이다. 카라얀의 이 앨범은 카라얀 특유의 절대적 탐미성을 보여준다. 현악기 하나하나가 스르르 녹아 가슴을 적시고 관현악 또한 하나의 거대한 오르간처럼 균일한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진정한 브루크너의 음악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아름답다.

 브루크너의 곡은 그렇게 어려운 곡이 아니다. 목가적인 느낌이 강하며 자연 친화적인 선율이 가득한, 어쩌면 단순한 곡이다. 브루크너란 사람 자체도 겸손하고 스스로 정진하였기에 작품을 계속 고쳐 수많은 판본을 만들어 냈다. 그냥, 잘난척 하는 지인이 주는 스트레스로 부터 벗어나고 싶거나 혼자 있고 싶긴 한데 무언가 적적할 적에 이 음반을 들으면 된다. 브루크너의 곡은 인간의 상처를 돌봐 주는 치유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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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9-0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그너의 모습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듯한 브루크너..그의 모습을 볼수록 시골 교장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의 교향곡 가운데 4번 과 7번은 비교적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싶은데요.

님의 말씀처럼 어쩌면 그는 음악으로 자연을 노래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밤바 2008-09-03 20:06   좋아요 0 | URL
브루크너 아저씨 파파 스머프 같아요. ㅎ
어떻게 보면 음악도 그냥 귀여운듯~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