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문체는 핏발서린 어둠의 자식이다. 어느 부분 하나 버릴 것 없는 완벽한 언어의 상차림은 고요한 어둠을 먹고 빛난다. 가슴에 서린 둔중한 타건이 빗발치는 동요를 못 견뎌 할 때 불안은 증폭되고 심장의 주인은 어둠이 된다. 어둠의 색깔에 바름이 어딨고 그름이 어딨겠냐만은 침전하는 심장에서 울리는 소리는 어둠보다 더 짙은 그늘이다. 미칠 듯한 광폭함이 어둠을 먹고, 또 뱉고 들이켜 씹어 으스러질 때도 어둠의 소리는 참선하는 스님의 묵상보다 더 깊다. 빛을 향해 달려가는 흐트러진 심장도 다 공포의 자식. 무너질 듯 부서지는 그 검은 손길에 가슴이 맵다. 끝없는 변주는 심장의 흩어 버리고 눈먼 자들의 시간에도 밤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일깨워 준다. 누가 이리 무정한 음색을 심장에 짓누르듯 소리내기에 덥디 더운 여름밤에 달빛하나 먹고자란 무언가(無言歌). 말없이 그대 가슴 퍼나르는 색색의 표지는 무지갯빛 아름다움. 밤을 먹고 자란 시든 어깨가 느슨한 울림에 기대어 기지개를 켜다. 점점이 증대되는 어둠은 이제 빛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 기침 소리, 곡소리, 니 맘 빼앗는 소리 다 빛을 좇아 달린다. 지루한 듯 달리는 빛으로의 여정은 가슴속 생채기를 보담으며 어루만진다. 그리고선 같은 길을 오간다. 어둠의 그림자가 빛에 자리를 내줄 적에 심장은 헐떡이며 뜀박질을 준비한다. 지나친 펌프질도 이젠 마취된 내 영혼 마냥 잠시 비루해지고. 그대를 기다리는 마음이 서방질하다 소박맞은 한(恨)많은 청상과부댁의 치열한 생존 본능만큼 아름답다. 여울지고 여울진 아름다움이 이제 잿빛 어둠을 쫓아버리고 무자비한 폭발을 준비한다. 죽지 않을 만큼 살아온 생애가 귓가를 울리며 이제 새로운 삶을 향해 달려간다. 경쾌한 나의 발걸음. 터진 심장은 공중에 산화하고 느려지는 두 손은 탭댄스를 추듯 리드미컬한 반주를 한다. 귀에 서린 그대들의 참소. 나의 옹졸함. 다 그냥 내던지라는 준엄한 음성. 그리고선 잠시 쉰다. 페르마타(Fermata). 아름다운 느림. 늘임. 영롱한 음색. 귓가에 알알이 박히는 보석. 끝이 없어 보이는 낮은 목소리. 밝게 빛나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요정들의 귓말 들. 푸르미와 푸르메. 아무 의미 없는 형태소의 나열. 이제 새로운 세상이 덜 아프게 귓불을 추스린다. 명상의 공간. 트릴이 있다. 트릴. 트릴. 정적을 깨는 그대 그 지엄한 말씀. 오롯이 새겨들었다 한들 순간은 찰나. 영겁으로 전환하는 찰나의 그 깨질 듯한 여림이 점점 밀도 있는 무게를 띈다. ................................................................................ 터질듯 안 터지는 누런색 타건. 금빛도 이보다 더 육감적이며 현실적이지 않으리라. 용서하라는 빛의 소리. 앞서 다뤘던 어둠이 초라해질 정도의 꾸준한 나무람. 한 계단씩 치고 오르는 서정의 빈 공간이 여백보다 더 튼실한 중량을 자랑하며. 귀를 간질이는 그대 음성. 그리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