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며칠간 우울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박하향내 나는 침을 맞은 것 마냥 알싸하니 시원해 졌다. 이 영화를 보고 난후 누군가 쓴 영화평을 봤는데 엘레베이터가 부재적 소통을 의미하니.. 뭐 이런거 였는데.. 이 영화보고 그런 얘길 하는걸 보면 영화를 머리로만 봤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영화 보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평소에 내가 재잘거리던 추상적 단어들의 공허함이 절절히 느껴지고 또 약간 싫어졌다.

어릴때 이영화를 소개하는 프로에서는 컬트적인 영화인것 마냥 소개를 하였는데내가 보기엔 가장 보편적이고 진솔한 장르의 영화였다. 이 영화가 18세이하 관람불가인 것이 좀 맘에 안들긴 하지만 주술사를 따라하는 우리 귀여운 파니의 마지막 모습 등은 나도 흉내 내고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코끼리는 어릴 때 자신을 묶었던 줄에 평생 메여 산다고 한다. 어릴때야 힘이 없어서 그 줄을 끊지 못했지만 힘이 세어진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때의 기억에 갖혀 여전히 그 줄에 메여 산다고 그런다. 지금 나도 왠지 그런 느낌이다. 무언가에 얽메인 느낌. 기실 얽메일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홀로 얽메여 있는 듯한 모습.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구속을 좋아해요.. 뭐 이런 것도 아닌데 내가 묶여진 이 구속의 동아줄을 오늘 만큼은 가벼이 풀고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날자.. 날자.. 만쉐이!! ㅋ 이번 이랜드 사태를 보면서 앞으로 다가 올 사회적 불안정성의 과잉과 공무원과 같은 안정된 직장을 향한 사람들의 가열찬 열망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 되는 바.. 심히 안타깝다. 파니 핑크가 부여해준 나의 무의식적 속박에서의 해방도 이런 현실적 암담함과 부딪히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안종범 씨는 이사태를 뭐라 할까 궁금하다. 이번학기에 유일하게 에이뿔 받은 수업인데 아무래도 내가 섭시간에 발표를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이  아저씨는 재정학 전공이라서 국민연금만 계속 언급하고 노동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그래도 교수니까 사회적으로 보편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피력하지 않을까 한다. 그나저나 이랜드 사태는 해답이 없어 보인다. 입시문제와 관련된 교육 문제는 솔직히 뻔히 해답이 보이지만 계속 하부구조만 건드리기 때문에 불필요한 인력 낭비의 반복이 계속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이랜드 사태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세계적 추세와 맞물린 시대적 횡포이기 때문에 어디서 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건 미국 대통령도 유엔 사무총장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양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던 중세의 영국 이야기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번에 사람을 잡아먹을 동물은 양이 아닌 다양한 형태를 띌 것이고 또한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상황도 꾸준히 연출 될 것이기에 다시금 암담함의 벽에 부딪힌다. 내 지인 중에 나만 이런걸로 종종 고민하곤 하는데 알라딘에선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 같아서 소수에서 다수로 편입한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근데 다른 분들의 고민은 나보다 치열하고 더욱 직접적이기에 나 같은 동네 한량의 안목으로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아까 디누 리파티의 슈베르트 환상곡을 들었는데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다. 파니 핑크라는 영화를 보면서 같이 들었었는데 음악 듣는다고 초반에 영화는 덜 집중해서 보았다. 아.. 파니핑크 너무 좋다. 모피우스의 사기꾼 같은 행동 중간에 쌩뚱맞게 튀어나오는 존재론적 성찰에 관한 발언도 좋았고.. 모피우스의 기괴한 분장과 행동들.. 특히 30살 생일을 위한 그 소담스런 케잌은 오나젼 감동이였다. 한시간 뒤면 다시금 도서관을 가야겠다. 일주일 뒤면 한자 셤 보는데 공부를 넘 안했다. 그리고 모차르트 곡은 왜 다 비슷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구별하기가 힘들다. 보청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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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지 좋아하는 영화 중 한편이네요.
오르페오 알럽~ ^^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도 넘 좋았구요 :)

바밤바 2007-07-22 02:22   좋아요 0 | URL
아. 오르페오 였네요 ㅋ 첨 들었을때 음반사 이름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꿈의 신인 모르페우스랑 헷갈린듯 하네요~ ㅋ 고양이님은 여러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많은 가르침 부탁드려요~ 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