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요즘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수입]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1981 녹음) - The Glenn Gould Edition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굴드 (Glenn Gould) 연주 / SONY CLASSICAL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이 곡을 굴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부를 정도로 굴드의

바흐는 탁월하다. 대부분의 명곡에 있어서 최고의 명반을 선택할 적엔 많은 이견과

반목이 자리하기 마련인데 이 앨범 만큼은 언제나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가 있다.

굴드의 골든베르크를 먼저 듣고 난 후 다른 연주자들의 골든베르크를 듣는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이 곡이 수면용으로 작곡 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굴드의 이 곡은

극단의 아름다움과 극단의 명징한 타건 그리고 극단의 해석으로

수면을 오히려 방해한다. 처음에 울렸던 아리아가 마지막에 울리고 나서야

꿈나라를 향한 내면의 침잠이 시작될 정도로 이곡은 아름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변주곡이다.

이곡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논문도 봤는데..매 변주곡 사이마다 4도 정도씩 차이를 두고 그것이 계속 순환하여 평균율에서 바흐가 보여주었던 수학적 아름다움이 극대화 된다고 하던데..

그까지는 잘 모르겠다. 굴드의 바흐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의 허밍 때문에

더더욱 특별하고 정교하고 아름답다. 빌헤름 켐프나 안드라스 쉬프의 최신 녹음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굴드의 혁명적 음악 해석이 더더욱 귀에 박힌다.

굴드는 바흐 이외의 낭만주의 음악의 해석에 있어서는 거의 반달리즘에 가까운

패악을 부리는데 그것은 굴드의 파괴의 미학은 질서정연한 것을 또다른 질서로

재창조하는데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낭만주의 음악은 질서정연한

완전한 세계의 음악이 아닌 개인의 감정을 우선시 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수학이야 말로 가장 완전한 학문이기에 완정성에 가까운 바로크 음악이 수학이라하고

낭만파 음악이 시학이나 소설과 같은 것이라 한다면 굴드가 수험생이 였다면 아마 이랬을 것이다.

언어영역과 같은 수능 문제는 해체주의로 접근하여 문학의

아름다움에 거친 폭력을 행사할 것이고 완전하지 못한 학문을 가지고 학문의 범주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에게 조소를 날릴 것이다.

하지만 수리영역이라면.. 이 또한 굴드에겐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으로

인해 100분이 부족하여 점수를 못받을 것이다.

굴드의 천재성은 엄밀한 진실이 아니면 모든걸 부정했던 데카르트의 닫힌 세계에

조소를 날릴테지만 그거 만든 세상 또한 조금은 열려있지만

기괴한 그의 행동들 만큼이나 불완정한 소통마저 감지되지않는 엄밀한  형태를 띄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돌이켜 보건데 굳이 굴드와 비슷한 철학자를 든다면 비트겐 슈타인을 뽑을 수 있지 않을 까 한다.

언어를 통한 본질로의 접근을 시도했던 20세기 최고의 철학자와

음색과 파괴적인 해석을 통해 천편일률적인 연주들에 반기를 든 이 음악가 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여튼 굴드베르크연주곡 또한 이러한 많은 철학적 사조와

기타 예술에서 일어나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페르마의 정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의 천재들이 쌓아놓았던 수학적 정리와 공식이

밑받침이 되었듯이 이 굴드베르크 변주곡 또한 갑작스럽게 태어난 곡이 아니라

고전 음악에 대한 많은 연주자들의 도전과 새로운 시대 조류의 물결이

굴드라는 한 사람에게 응집되어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한다.

굴드의 천재성 뒤에 자리매김 했던 수많은 일류 연주자들과 예술인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듣는 굴드베르크 변주곡은 지금처럼 불멸의 위치에 있기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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