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면 아마도 나는 제 2의 신경숙이나 공지영이 되어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 둘은 글을 잘 쓴다는 점에서 나와는 전혀 다르지만. 어설픈 사회 비판 끝에 우리 사회에는 어떠한 저항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거나, 부실한 내용을 커버하기 위해 온갖 수식어가 난무하는 글을 창조해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나는 어설픈 그들이 되어버렸을 것 같은 것이다. 그랬다. 나의 문제는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확실한 재주를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 어설프게 이것저것 찌르는 것에만 익숙한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린 것은 어쩌면 이미 오래 전부터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지......

알라딘 서재 어느 님의 글이다.
그 님께 빌려온다는 말도 하지 않고 야심결에 그냥 냅다 복사해버렸다.
이런 글을 쓰신 님은 실제로는 글을 매우 잘 쓰시기 때문에 겸손쟁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지금처럼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을 남들의 적확한 표현으로 뼈저리게 깨닫게 될 때 알 수 없는 활기를 부여받는다. 그래. 나는, 부실한 내용을 커버하기 위해 온갖 수식어가 난무하는 글을 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스스로, 자신의 글이 지닌 최대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을 때 나는 저 문장과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머리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수사가 난무하는 글을 쓰지 않으려면 나는 아예 글을 쓰지 말아야 하고,  스스로 원하는 명확하고 간결한 글이나 차갑고 깔끔한 글을 쓰기 원한다면, 우선 머리 속에 많은 것들을 채워 넣고 기억하며 필요할 때 꺼낼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내 머리 속이 겉핥기를 한 수박의 속살처럼 뻘건 국물만 들어차 있음을 사실 얼마 전에서야 살떨리게 깨달았
다.

웬지 홀가분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핫핫핫, 웃고 싶기도 하다.
나는 이제 마음 편하게, 아름답고 영롱하고 소름끼치게 유치찬란한 글을,
계속 쓰면서 놀아제끼면 되는 것이다...

하는 어이없는 결론을 도출하고 혼자 즐거워하는 나. 그냥 그런거지 뭐.

 

+) 저 글을 쓰신 분은 나를 모를 확률이 높은데 그렇다고 해도 몰래 복사해온 것은 
   
웬지 훔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안 좋다. 쩝. 인사를 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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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8-28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디서 읽어 본 글인데.. 음 누구시더라?? 평범한 여대생님이시던가?

어디에도 2004-08-28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맞아요. 평범한 여대생님글... 쉿... 소문내지 마시어요.^^
저 지금까지 아영엄마님 서재에서 놀다왔는데 여기서 또 님을 뵈니 이리 반가울수가...!
심야의 댓글, 웬지 귀에다 속삭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

다연엉가 2004-08-28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다 알고 있어요^^^^

▶◀소굼 2004-08-2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네가 좁다면 좁은지라~; 그래도 가만히 있을게요;;

반딧불,, 2004-08-2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944

 

숫자 놀이하고 갑니다.

 

9월 4일 생인 친구를 추억하며....


하얀마녀 2004-08-29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어디에도님이 계속 글을 써주신다니 좋군요. 흐흐흐.

하얀마녀 2004-08-30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55

 

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