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한잔 했다.
원래 술이 받지 않는 체질인데다가(하긴 뭐는 받겠어..ㅋ)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는 신랑과 연애하고(술 좋아하는 친구들은 남편이 운전하고 너는 취할 수 있으니 부럽다고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다 보니 자연히 알콜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게다가 커피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만큼 커피를 좋아하니 알콜에 쓸 돈이 있으면 커피를 마시고 만다.
그래도 술 생각이 날 때가 있다.주로 옛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인데 아무래도 만나서 술을 마시던 친구들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술도 그리워진다. 술을 마시면, 몇 잔 들어가면, 같이 술 마시는 사람이 견딜 수 없이 좋아진다.내 술버릇은 술 마시면 그 자리를 도무지 파하고 싶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밤새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것. 성공율이 그다지 높진 않았지만 어쨌든 술 마시다 우르르 몰려 밤새는 일은 너무나 행복하다.그런 안도감을 뭐라 말해야 할까.새벽쯤 되면 머리 속이 자욱해지면서 느껴지는 그 안도감. 술 마시고 헤롱거리며 아주 외설스럽게 속을 까뒤집어 보이겠다는 듯 (김현 식으로 말하자면,아쒸,내 간까지 꺼내가!) 정이 헤픈 수다를 떨면서 와락 사람이 좋아서 미치겠는 그 심정.
다시 느껴 볼 수나 있을 것인가.과연!과연!
아...두꺼운 유리 속으로 밀려들어가는 듯한 이 버거움. 돌아보지 말지어다..다신 오지 않으리니..
이렇게 혼자 앉아, 간만에 한번 '끅!'한다. 아..더러워..사람은 왜 늙는거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