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이럴서가 > 칠조어론, 니미...

소문이 전설을 만들고, 그 전설은 사실을 압도한다. 예를 들어, <프린키피아 마테카티카>의 경우, 그 책을 다 읽은 건 세 명뿐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저자인 러셀과 화이트헤드, 그리고 괴델. 마찬가지로, 출판계에서 <칠조어론>을 다 읽은 건 둘 뿐이다, 라는 말이 있었다. 박상륭 본인과, 교정 본 문지사 직원 아가씨. 물론 농이지만, 고개 주억이게 만들 법한 농이다.
나는 네 권의 <칠조어론>을, 말그대로 '읽어내는 데' 6개월을 들였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다. 그래도 읽는다. 또 읽는다. 한 10년 이렇게 계속 읽다가, 그때도 지금과 같다면, 그냥 불태워버릴 작정이다.
<칠조어론>을 읽는 나는, 사이더스 건물 앞에서 막연하게 지오디를 기다리는 여중생의 심정과 다를 바 없다. 멍청한 내 대뇌 피질을 스치는 모종의 무언가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