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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나리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다닐적 , 유난히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있었다. 그친구의 말그대로 꾸밈없는, 과장 대지 않는 태도가 늘 맘에 들었었다. 예뻐보이려 하지 않고, 잘나 보이려 하지 않고, 말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가끔 속사포같이 빠른 어투로 쏟아내는 속마음들. 그친구의 그말을 난 항상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난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어"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굉장할 일도 없고, 다 가능한 일이고, 안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가.
도덕적, 사회적 잣대는 내가 정하는 것인데, 이해 안될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다.
이책의 주인공들은 항상 해피한것도, 그렇다고 지독한 우울이 빠져 허우대 거리지도 않는다.
누구나 겪는 외로움과 약간의 좌절감속에서 " 그냥 그럴수도 있지 뭐" 라고 중얼거리는 듯하다.
직장을 잃은 이혼녀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만화방에서 밤을 세워도, 남편의 퇴직후 살림에 보태려고 새벽에 마트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주부의 잃어버린 자전거 앞에서도, 23살에 유방암으로 유두없는 가짜 가슴을 달고 살아도, 그냥 평범한 나의 모습안에도 그들이 있는것만 같다. 그들은 내가 아닌데..
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속도감, 가감하지 않는 표현력, 무엇보다 잘짜여진 구성과 스토리의 재미, 그런게 좋았다.
다읽고 책을 덮으면서 뭔지 모를 만족감과, 허탈감이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