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아주 예전에 아마도 막 대학에 입학했을 때 쯤으로 기억한다. 친구와 오대산을 갔다. 죽을 듯이 힘든 길을 따라 헉헉거리며 올라갔다. 정말 대청마루 같은 반듯한 바닥에 누워 시원한 물 한잔 벌컥벌컥 들이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그 무렵 딱 나타났던 휴게소. 거기서 대청마루 대신 편의점 의자에 앉아 마셨던 사이다 맛이 기가막혔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냉장고며 가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차도 못 들어오는 이 길에 어떻게 이런 걸 갖고 오셨어요?"

 질문이 절로 나왔다. 휴게소 아저씨는 날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더니 말했다.

 "한발 한발 걸어오면 되지."

 그 아저씨는 청소부 베포 아저씨와 같은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언제 저 길을 다 쓸지? 그러면서 한숨 쉬고, 쫓기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눈 앞에 벌어진 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그 일을 해 내고, 그 곳에 가 있는 것이다.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의 의미를 무엇이라고 생각했던가? 아주 예전에 읽었을 때는 모모라는 아이가 갖는 어린아이의 순수성에 끌렸던 것 같다. 나이 들어 다시 읽으니 청소부 베포에게 끌린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살다가 자신의 친구에게 전심으로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

 뭔가를 이룬다는 것, 때문에, 뭔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시간의 가장자리를 돌며 마음 졸이지 않았나.... 닿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곳,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지금 그 순간이 그 곳으로 향하고 그것을 위해 쓰여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모모>를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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