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하다

바라바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4
페르 라게르크비스트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바라바는 예수의 죽음을 목도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았다.

작가는 자신 대신 죽는 사람을 누군가 목도했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바라바의 삶을 추적한다.

바라바는 변한 듯 하다.

하지만 바라바의 변화는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그저 달라졌을 뿐, 그 달라짐이 예수의 가름침의 실천이나, 예수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바라바는 지속적으로 예수의 흔적 혹은 예수의 영향을 추구하기는 한다.

바라바는 자신을 대신해 죽은 예수를 목도하고도 자신이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예수처럼 살려고 하지도 않고, 예수의 가르침대로 서로 사랑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뻔뻔하고도 뻔뻔하다. 하지만 예수가 대신 짊어진 그 죄가 오직 바라바의 것이기만 하랴.

예수의 죽음을 알면서도 여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뻔뻔하고 뻔뻔하다.

작가는 자기 자신을 신앙 없는 신자라고 한다. 신앙은 무엇인고, 신자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믿는 것인가?

바라바는 믿기 위해 증거를 찾는다. 하지만 증거를 놓고도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왜?

믿는다 고백한다면 삶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달라지는 삶에 대한 두려움 탓인가?

신앙이 없기에 실천도 없었고, 기껏 하는 거라고 해봐야 돌을 던진 자를 칼로 찌르고 방화를 하는 것 정도.... 바라바에게 무엇이 없었던가. 신앙에 대한 자기고백과 실천, 그리고 성도의 공동생활.

삶을 흔들어놓을 뭔가를 목도하고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바라바는 뻔뻔하며 미련하다.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