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 돌개바람 17
이경혜 지음, 박아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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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속의 공주,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신데렐라 이야기의 패러디 한 네편의 동화이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아버지의 약속 때문에 본인이 삶을 스스로 선택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시녀로 간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난 공주가 백년동안 잠만 자는 줄 알았더니 이 이야기에서는 다른 사람들은 다 자고 공주는 백년동안 물레에 앉아서 혼자 깨어 물레를 돌렸다고 한다. 먹는 건? 화장실은? 백년동안 물레 앞에 앉아 물레를 돌렸다는 그 설정으로부터 나오는 숱한 의문들에 대한 대답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하여간, 그녀의 운명은 여전히 고스란히 요정들의 예언대로, 축복대로 흘러간다. 무엇이 선택인가? 패러디는 옛 이야기를 비틀었기에 재미를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지만, 그 비틈이 진정 의미있는 비틈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선택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면, 진정한 선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당연히 작가의 몫이다. 그런데, 선택은 없어 보인다.

 미녀와 야수는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외모에 집착하는 건 그만큼 자신의 내면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야수가 만들어준 내면의 자신감을 북독우는 노래를 통해 사람들은 각자 스스로에게 만족하게 되고, 그 만족으로 인해 더 이상 외모를 가지고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게 된다. 내면의 만족을 통한 진정한 자유, 그건 아름답다 칭송 받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할 듯.....

 인어공주, 남자와 여자만 바뀌었을 뿐 원래의 이야기 구도에 충실하다. 인어공주의 원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사랑, 희생, 혹은 물거품이 되는 사랑의 허무함? 인어공주를 볼 때 마다 난 공중가 왕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결혼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왕자, 이 두가지가 무지 답답했다. 이걸 바꾼다면? 인어가 된 왕자는 목소리를 잃었다고 해도 다른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수화나, 아님 꼬리로 쓰는 글씨? 언어가 있었을 테니.... 인어공주가 결혼식을 앞두고 결혼을 약속한 상대를 버리고 왕자를 택하는 장면이 설득력이 없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신데렐라. 춤출때 아름다운 소녀. 신데렐라를 볼 때마다 난 여전히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가고 싶어하는 것이 늘 못 마땅했다. 그까짓 무도회. 새엄마나 언니처럼 머리 빈 여자들이 왕자에게 간택당하려고 잘 차려입고 속빈 미소나 날려대는, 허영과 사치와 위선만 넘실대는 그 까짓 무도회, 하고 안 갔더라면? 얘기가 안 되겠지. 가더라도 뭔가 더욱 절박한 더욱 인류애적인 그런 동기가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패러디라고 해도 신데렐라, 여전히 남자를 만나 구원받는 삶 아닌가. 왕자에게 버려지고 무용수에게 구원받는.... 결국, 남자에게 좌우되는 운명이란 말인가? 이야기에서 남, 녀만을 바꾼게 아니라, 이야기의 본질, 캐릭터의 성격 등을 보다 입체적으로 고민하여 좀 더 발랄하고 깊이 있는 패러디가 나왔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막상 후기를 쓰고 있자니 좋은 소리가 안 나온다. 하여간, 패러디 쉽지 않은 작업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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