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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반양장)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틸다. 오래전에 영화를 봤다. 등빨좋은 교장이 아이들을 투포환처럼 돌려 던져 버리던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틸다는 천재였다. 마틸다가 천재라는 것이 마틸다 인생에 어떤 의미일까? 마틸다는 자신의 능력을 자신을 괴롭히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부모와 교장을 응징하는데 사용했다.
마틸다의 응징과 복수는 조용하고 계획적이었다. 분노가 폭발할 것 같았지만 당장 어떤 행동을 실행하지 않았다. 계획을 세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합리적 계획을. 그리고 하나하나 실행했다.
마틸다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계획적이었다는 것, 순간의 감정적 충동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 일단 사태를 관망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우쭐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적이지 않고, 감정적이고, 사태몰입적이었다면 분명 자신에 대해서도 그러했을 것이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거만해졌을 것이다.
지혜와 용기는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엇이 옳은 일이고, 어떤 것인지 가능한 일인지, 무엇이 참된 것인지를 스스로 분별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차분히 헤아리는 것이 진정 지혜와 용기를 가진 자가 할 일이다.
처음 시작,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 대한 로알드의 일갈. 자식들을 모른다는 말. 갑자기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나는?
폭력적인 교장, 유령의 존재에 기겁하는 걸 보면 실은 폭력을 쓰는 자들, 폭력에 의존하는 자들은 두려움이 많은 자들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두려움이 없다면 누군가를 그토록 거칠게 윽박지를 일도 없지 않은가.
마틸다. 그 정도의 능력과 겸허함이라면 분명 하니 선생님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을 것이다. 그 겸허함이 단단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