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의 여행 베틀북 그림책 46
고미 타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베틀북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고미타로의 책은 언제나 심플하다. 그러나 그 심플함 속에 진리를 담고 있다. 누가 그랬던가? 진리는 심플한 것이라고. 그래서 그의 책은 언제나 명쾌하면서도 심금을 울린다. 헬리콥터의 여행도 그렇다. 아주 예전에 어떤 전집물 안에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얼마전에 단행본으로 나와 무척 반가왔다. 보고 싶은 책이 그렇게 전집에 끼어 있는 경우 참 곤란하다. 낱권으로 판매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방식인가. 하여간 전집 판매 방식은 없어져야 한다.

 작고 귀여운 헬리콥터는 그 모양만으로는 하늘을 떼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나 혹은 이름 모를(내가) 날벌레들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보면 헬리콥터의 여행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미혼이었을 때, 이 책을 보았다. 그 때는 그저 작고 귀여운 헬리콥터, 단순하면서도 극적인 그림들, 거기다 정적이면서도 심플한 글들 그냥 그것만 눈에 들어 왔는데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이 책을 보니 아, 어쩌면 우리 인생을 이렇게 심플하게 잘 표현해 놓았을까 하는 감탄을 절로 하게 된다.

 그것이 다라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사람이 태어나 부모 손에서 자라 어느날 부터 처음부터 혼자 큰냥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며 지내다 혼자인 외로움을 달래줄 상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그 사랑하고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일, 그것이 인생아니던가. 그리고 그 생명은 그 전의 생명과 비슷하지만 다른, 다르면서도 비슷한 삶을 또 살아갈 것이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내가 막상 자식을 낳아보니 자식을 낳는, 아니 자식을 낳아서 얻는 여러가지 것 가운데 중요한 한가지는 깨달음이다. 자식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이미 내 안에 다 들어 있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보여준다. 우리 부모의 나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식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내가 살아왔던 어린시절, 그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를 자식이 새롭게 보여준다.  결국 자식을 낳아 기른다는 건, 인간적으로 부족한 인간들이 조금은 더 인간다워지는 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 주변의 무상파(무자식이 상팔자) 멤버들은 고개를 흔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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