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디어드리 베어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일단 그 길이에 놀랍다. 아주 오랜만에 아니 거의 처음이었나 11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느라 무척 숨가빴다. 말로만 듣던 융,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융, 한때 프로이트의 총애를 받았으나 박차고 나와 홀로 정신분석을 개척했던 고집센 사람으로서 융,  그가 이야기 하는 아니마, 아니무스, 집단 무의식은 나름 재미는 있지만 조금 뜽금없지 않나 하는 생각, 이런 것들이 그동안 내가 융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며 사전지식이다.   

 융의 인생은 한마디로 "참 잘났다"이다. 이 잘남이 때로는 찬탄으로, 때로는 야유로, 때로는 숭배로, 때로는 경멸로 왔다갔다 해서 그렇지 잘난 것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전기를 읽는 내내 나는 융의 생애도 생애지만 융의 생애를 이토록 조목조목 짚어낸 전기작가의 노력이 더 감탄스럽다. 한 장에 붙는 자세한 미주의 목록이 때로는 전체 장의 분량에 육박한다. 얼마나 꼼꼼히인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읽는 내내 디어드리 베어가 최대한 공정하게 최대한 꼼꼼히 융에게 접근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오만에 빠뜨릴 수 밖에 없다. 자기가 자기를 모르는데 누군가 넌 이렇구나 라고 말해준다면 우리가 그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건 두가지다. 경멸과 의존.  

 그래서 융에게는 적도 많고 지지자도 많았나 보다. 그리고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살면서 제일 힘든 과제는 자신의 머리 속을,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라는 정체성을 밝히고 그 안에서 통합된 자기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융은 한 생애 전체를 통해 보여 주었다. 

잘난 사람들끼리 모여 하는 자존심 싸움, 권력 싸움, 그들은 스스로를 충분히 분석을 한 걸까? 정신분석이 하는 분석과 성찰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석을 통해 자신을 성찰했다면 분노와 배신, 암투, 시기 같은 진흙탕 싸움을 없거나 덜하였을 터인데.... 

통합된 자기에 이른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당당할 수 밖에 없다. 자기에 직면했을 때 당당함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삶을 말로 사는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것, 매 순간, 자신과 직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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