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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만난 음악 - 에이즈에 걸린 음악가, 그리고 그를 치료하는 음악치료사의 음악치료 여정
콜린 리 지음, 권혜경 옮김 / 권혜경음악치료센터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음악만을 제대로 집중해서 듣는 적이 거의 없다. 학교 다닐 때 음악 감상 시간을 제외하고는 음악이란 나에게 항상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적인 음악 교육도, 음악에 대한 남다른 소양도, 음악에 대한 열정도 없는 나에게 이 책은 오히려 음악 보다는 삶의 끝이라는 부분에서 더욱 끌렸다. 삶의 끝에서 할 수 있는 일들 가운데 음악을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삶의 끝에 음악을 만난 사람의 죽음은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궁금증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 무엇보다도 이 책의 부록으로 들어 있는 시디에서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연주를 통해 옆에서 조근조근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자신의 내면을 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코드나 조성이나 화음 같은 음악적 용어를 알지 못해도 에이즈에 걸려 삶의 끝자락에 놓여 있는 한 인간이 처절하게 자신의 내면과 자신의 고통과 자신의 불안을 피아노로 이야기 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야기가 내 귀에 똑똑히 들린다는 것이다. 음악이 이토록 언어적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