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내 동생
빌리 슈에즈만 지음, 김서정 옮김, 민은경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번이나 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리며 미간을 좁히며 눈물을 참아야 했는지 모릅니다. 9살 나이에 세상을 뜨게된 벤야민, 벤야민의 죽음은 모두에게 너무나 갑작스럽습니다. 죽은 벤야민 자신조차도 자신의 죽음이 낯설면서 한편으로는 자연스럽습니다. 몸은 낯선 곳에 누워 있지만 영혼은 여전히 이전의 자신의 공간을 떠나지 않고 있으니까요.

사후세계는 어떨까? <타나토노트>에서는 누구나 한번 가면 또 가고 싶은 매혹적인 곳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과연 그럴까? 예전에는 사후 세계 같은 건 절대 없는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습니다. 엄마의 영혼이 내 옆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벤야민의 이야기가 더욱 슬프고 더욱 절절합니다. 떠난 이를 사랑하지만 남은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삶을 꾸려 갈 수 밖에 없는 것을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투명해진 뒤의 벤야민은 어떻게 될까요?

뭔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되 그 슬픔 때문에 너의 현재의 생활을 망치지 말아라. 먼저 떠난 사람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슬프다는 이유로, 떠난 사람이 그립다는 이유로 그저 넋놓고 사는 것을 그 어떤 영혼도 반기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너무 빨리 잊는 것은 슬픕니다.

떠나고 남는 것, 그것은 시간차이일 뿐입니다. 나도 가고, 이 글을읽는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떠납니다.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가게 될지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난 사람들은 그 길에 대해 두려움이 적어 집니다. 떠나는 것이 어쩌면 또 다른 만남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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