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이동진 옮김 / 해누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내가 이 야만족 야후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는가. 이기적이고 공격적이며 고집센 종족. 열사람에게 열을 주면 한 사람이 열을 갖기 위해 열사람이 싸우는 미련스럽기 짝이 없는 종족. 걸리버가 후이님의 나라를 떠나기 싫어했던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토록 포용적이고 조용하고 온화하고 평화로운 종족이 있다면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살고 싶다.

거인국, 소인국의 여행은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절대적이기 보다는 상대적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똑같은 인간이라도 거인국에 가면 소인이고, 소인국에 가면 거인인 것을.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절대적 가치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다. 내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 내가 갖고 있는 절대적 가치는 과연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가.

게다가 이어지는 천공의 섬, 라퓨타에서 만나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걱정이 된다. 엉뚱한 가치, 사고를 위한 사고, 제멋대로이고 비현실적인 사고와 계획에 휩싸여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 미련한 모습이 과연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까?
이런 질문들이 저절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바람에 너무나 재미있어 잠시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리면서도 마음은 내내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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