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톨킨, 루이스, 롤링의 환상 세계와 기독교 살림지식총서 47
송태현 지음 / 살림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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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환타지의 정의, 환타지와 환타스틱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알려주고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담은 환타지 작품으로 유명한 세 작가와 그들의 대표작을 간단히 언급한다. 부피가 작아 깊이가 충분할 만큼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그래도 알곡을 담아넣으려는 노력이 충분히 엿보인다. 그런데 대체로 신화나 전설, 민담 등에서 기원한 환타지들이 어째서 기독교와 이렇게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좀 부족한 듯 느껴진다. 겉핥기 식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나마 대중에게 쉽게 다가온 환타지 관련 서적이 적어서 가뭄에 단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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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샤머니즘 : 한국적 환상과 리얼리티를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66
이종승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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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이 영화와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가, 다른 세계의 샤머니즘과 다르게 한국의 샤머니즘은 한국 영화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며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에 관한 비교적 독특한 연구서이다. 두께도 얇아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딱 알맞고 무료한 하루 저녁을 호기심과 흥미로 채워줄 만한 책. 별점 다섯 개 준다.

살림지식총서, 시공디스커버리에 아직 미치진 못하지만 시공디스커버리와는 또다른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문고다. 지금껏 거의 200권이 나온 듯 한데 흥미로운 주제가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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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 심리여성학
진 시노다 볼린 지음, 조주현.조명덕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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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desses in Everywoman.
원제 그대로, 모든 여성들 안엔 여신의 원형이 들어있다는 일종의 심리여성학 책이다. 여신들은 크게 처녀유형, 상처받기 쉬운 유형, 창조하는 유형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유형 하나에 보조적인 유형 몇 가지가 덧붙어 조금 복잡한 양상을 띤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나는 처녀유형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원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고 페르세포네와 헤스티아, 아프로디테의 영향도 조금씩 있다. 제일 적게 영향받는 원형으론 아테나와 데메테르가 아닐까 싶은데 이걸 풀이하자면... 고집 세고, 감정적이고, 목적지향적인데다, 좀 독단적이고, 그러면서 혼자있는거 좋아하고, 영적인 것과 신비한 것에 끌리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경향이 혼재한- 으음... 말 그대로 까탈스럽고 콤플리케이티드한 인물이군. ㅡ,.ㅡ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나와는 참 많이도 다른 몇몇 여성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참 반가웠다. 특히, 나하곤 너무 많이 달랐던 엄마에 대해 많이 알게 됐는데, 헤라의 지배를 주요하게 받은 엄마의 삶을 돌이켜보니 이제서야 수긍이 가는 점이 많았다.

'여성'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이 책은 엄청 커다란 지원군이 돼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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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원 기행
박찬용.백종희 지음 / 대원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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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도 둘이서 유럽의 정원, 또는 공원을 둘러보고 조경과 건축의 관점에서 정원을 소개한 책이다. 조경이나 건축에 관심있는 사람이 여행 가이드 북으로 쓰면 맞춤할 것 같다. 저자가 직접 찍은 아름다운 정원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인데, 디지털 카메라 말고 슬라이드 필름으로 정원의 푸른 질감을 충분히 살렸으면 훨씬 아름다웠을 것이다.

조경 전문가가 아닌 내 입장에선 각국 정원의 사적, 미학적, 철학적인 관점들이 좀더 깊이있게 다뤄졌으면 싶었다. 내가 알고싶은 결정적인 부분을 언급하기 전에 각 챕터가 끝나버리는 것 같아 아쉽고 허탈한 느낌이었다. 조경에 사용된 전문 용어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 썼으면 더 좋았을 법했다.

보완할 점도 고칠 점도 많은 책이지만 비교적 헐값에 유럽 정원 구경 잘시켜줘서 고맙다. 이런 식으로 한 가지 테마를 잡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무척 재미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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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의 시대
제임스 러브록 / 범양사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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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발표된 지 20년이 훌쩍 넘어 웬만한 사람들은 한 번 씩 들어봤을 법한 가이아 이론. 전작 '가이아'가 가이아 이론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담은 책이었다면 이 책은 '가이아'의 후속편 격이다. 데이지꽃 실험을 예로 자신이 세운 가이아 이론을 증명하려고 노력한 흔적과 태고대, 중간시대와 현생대로 나누어 지구 생태의 역사를 고찰해본 점, 제 2의 가이아가 될 수도 있을 화성에 대한 희망적인 의견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내가 관심있게 보았던 부분은 9장 '신과 가이아' 부분이었는데, 종교적으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는 않는 과학자로서 저자의 입장과 가이아를 연구하면서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어떤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힘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소박하고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가이아 이론이 지구의 자기 치유력에 관해 설명하면서 인간이 저지른 어떠한 오염도 정당화시켜준다는 혹자들의 오해와 달리, 현 상태대로 열대 우림이 파괴되고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 결국 가이아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을 지배종으로 선택할 것이란 이야기는 다소 섬뜩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워낙에도 이 상태로라면 인류가 곧 멸종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요 지배종의 지위를 다른 종에게 내어줄 것이란 생각을 평소에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제임스 러브록의 논조가 교조적이지 않다는 점이 이 생각에 신빙성을 더했던 것 같다.

20년 전에도 이 책은 지수적으로 불어나는 이산화탄소와 토양오염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는데, 지난 20년간 인류는 그 전의 수십년 간 저질러왔던 것보다 더한 파괴와 오염을 일삼아 왔다. 그럼에도 저자 말마따나 현대 인류가 몇 년 안에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고 자동차를 폐기하고 저마다 나무를 심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 인간은 공멸을 향해 가도록 예정된 모양이다. 인간이 이루어낸 눈부신 과학 기술로 그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곧 지구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희박해질 것이라 본다. 글쎄, 인간의 바통을 이어받을 지구의 지배자는 누가될까?

흠... 지금이라도 생존이라면 둘째 가라 서럽다던 바퀴벌레랑 친해두어야 할까보다. 어느 순간 바퀴벌레가 진화해서 더 높은 지능을 갖게 되고 우리는 모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처럼 바퀴벌레의 은혜를 통해서만 가이아와 접촉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부해 근처의 주민들은 커다란 바퀴벌레 '오무'의 허물로 만든 마스크를 써야만 부해에서 숨을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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