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면서 북구 신화, 중국 신화, 온갖군데 신화들이 인기를 얻고있는 와중에 도대체 우리나라 신화들은 어디 숨어있는걸까 궁금해하던 차에 만난 책이다. 우리에겐 단군신화, 주몽신화 등을 비롯한 건국신화 외에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신화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관'이 덧붙여 기록되지 않고 설화나 민담의 형식을 띠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것은 우리나라 신화만이 가진 특징 중의 하나고 그 특징 때문에 다른 어떤 신화보다도 백성들의 삶과 욕망이 진솔하게 녹아나 있다. 책은 구전이라는 특징 때문에 지역마다 다른 화법과 결말을 갖고있는 우리 여러 신화의 원형을 탐구하면서 왜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지역마다 시대마다 조금씩 다른 가지로 뻗어나가게 되었는지를 요모조모 뜯어본다. 신화란 출제자가 푸는 사람을 '낚이게'하는데 목적이 있는 수수께끼와도 같아서 또렷한 결론도 정답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각 장마다 같은 원형을 지닌 우리나라 안팎의 여러 신화들을 조망하며 왜 그랬을까? 하고 수수께끼를 하나씩 던져놓고 간다. 그걸 주워서 풀든가 말든가는 읽는 사람 맘이고, 나는 개인적으로 유사 이래로 늘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과 어린이의 입장에서 신화를 재구성해내는 저자의 시각이 마음에 와닿았다. 흥미로운 도판과 여러 참고 사진 또한 눈을 즐겁게 해준다. 각 장의 말미마다 덧붙어 있는 짤막한 신화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신화와 전설이 숨쉬고 있다는 제주도에도 꼭 가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