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치유
워렌 그로스맨 지음, 박윤정 옮김 / 샨티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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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 출판사에서 초대한 '비폭력 대화' 강좌에 갔다오는 길에 산 책이다. 어릴 적부터 늘 골골댔던 덕에 건강이나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고 동서양의 의학책을 몇 권 보기도 했다.

그런데 서양 의학 혹은 특정 분야의 동양 의학을 접하게 되면서, 의아했던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왜 병원에선 인체를 통합적인 유기체로 보기보다 분리된 기관으로 보는가 또, 자신이 갖고 쓰는 몸에 병이 들면 '스스로' 치유해내지 못하고 의료기관이나 특정한 사람에게 몸을 맡겨야 할까, 끝으로 약물이나 수술, 침술 등에 의한 인위적인 방법보다 더 커다란 치유의 원리는 없을까. 

저자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꽤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자연의 한 부분인 인체 역시 당연히 우주와 똑같이 통합적인 유기체라는 것, 그리하여 나무나 땅같은 자연의 힘이야말로 인체를 궁극적으로 회복시키는 강력하고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연필 그림과 함께 쉽고 편안하게 전달한다.  

당장에라도 어디 밖에 나가서 저자가 시키는 대로 땅 위에 드러눕고 싶지만 '폭폭한' 도시에 사는 가련한 목숨인지라 맘놓고 드러누울 맨땅 한 평이 없다. 치유의 근본이 되는 자연과 차단된 현대인의 삶이 안타깝고 안쓰럽게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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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사랑과 마법
알렉산드라 다윗 닐 / 문학동네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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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으로서, 그것도 여성으로서 최초로 금단의 땅 티벳을 밟은 사람, 19세기 티벳 매니아의 장편소설이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얇은 책엔 작가가 히말라야를 걸어서 여행할 때 들었다는 마적두목 가랍과 뎃체마라는 처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낯선 지명, 낯선 환경, 낯선 시각의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 소록소록하다. 특히 산 사람에게 마법을 걸어 석관 속에 넣고 그 시체 썩은 물로 불로장생을 꿈꾸는 뵌 교도들의 얘기는 오컬티즘의 정수다. 이스탄불에 다녀와 '내 이름은 빨강'을 읽을 때 행복했던 것처럼 티벳에 다녀오면 이 소설이 정말 실감나게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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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인 줄 몰랐을까
바스 카스트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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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관심사인 '사랑'을 과학으로 풀어보려는, 익숙하고도 어쩌면 살짝 식상한 시도. 예전에 비슷한 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어 아주 새롭다거나 신선하진 않았다.

 그래도, 지혜로운 사랑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손해나진 않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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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기와 별 현대희곡선 2
숀 오케이시 / 현대미학사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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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과 이데올로기는 너무 낡은 시대의 이야기다.

지금은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할 시대.

그러나 숀 오케이시의 정신을 가진 작가가 이 세상에 셋만 더 있어준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 같다. 이런 정신을 가진 작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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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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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너랑 코드가 비슷한 상상력' 어쩌구 하며 이 책을 집어줬을 때의 기대에 비하면 소설집의 첫인상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아류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몇 개의 단편은 아주 뛰어났지만 '은하수...'에서 이미 이런 종류의 럭비공같은 재미는 보아버린 터라 그닥 신선하다거나 충격적이란 느낌도 없었다. 

근데 책을 다 덮고 났을 때, 뭔가 우웅-하는 전자음이 뱃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더러 우리네 정서 속에 '恨;의 비중을 높게 매기곤 하는데 박민규는 질끈 묶은 머리, 커다란 고글관 어울리지 않는 묘한 그 恨을 지녔다. 첨엔 기대처럼 쿨하지 않은 이야기에 조금 실망했지만 책을 덮고났을 때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린같고 너구리같고 펠리컨같은 인생 또 인생. 결국 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평론가들이 박민규를 한국 문학사에 획을 그은 작가라고들 하던데,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내고 2000년대를 횡단하는 그가 진정 우리문학이 80년대 소설에 지고있는 빚을 대신 갚아줄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그래야 범람하는 향수들과 하루키의 망령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그래서 조금은 촌스럽고 쿨하지 못해도 '우리' 이야기를 쓰려는 시도들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어쩜 내가 너무 오래 우리 소설에 무심했던 나머지 너구리같은 소릴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꾸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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