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기억 보르헤스 전집 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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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끝으로 보르헤스의 소설을 전부 읽었다.

 내가 역사 의식이 부족해서인지 시공간에 대한 개념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현대의 수학자, 물리학자와 철학자들이 그토록 열광했다던 보르헤스의 천재성을 피부로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하게 여겨지는 탈중심주의, 선불교적 사고, 윤회와 전후생, 비연속적인 시공간 등 50년만 일찍 서양인으로 태어났더라면 미친듯이 환호했을 이야기들에서부터 이미 반 세기를 건너와버린 탓이다. (이래서 고전을 읽는 것 못지않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독서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보르헤스를 처음 만나 지금껏 5년 동안, 그와 함께하는 탈공간 탈시간적인 세계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언젠가 내가 정말 좋은 환타지를 쓰게 된다면 그 첫번째 오마주는 보르헤스가 될 터이다. 그는 내게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열어주고, 나의 끝없이 증식하는 무지를 똑바로 응시하도록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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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계를 보고 왔다 - 死者의 書 심령과학 20
스웨덴 보그 지음, 하재기 옮김 / 서음미디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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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중반에 스웨덴에서 태어난 신비가, 철학자, 과학자, 발명가.

104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면서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체이탈'을 통해 영계를 왕래하며 기록을 남겼다. 칸트나 브라우닝을 비롯해 당대의 유명인사와 여왕에 이르기까지 기록을 통해 그의 신비한 능력을 증언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종류의 영계를 다룬 서적과 마찬가지로 스웨덴보그는 인간이 영적인 존재이며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끈다고 쓰고 있다. 다만 다른 명상서적과 비교하자면 무속신앙에서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영계의 어두운 부분(마귀,사탄 등으로도 불리우는 '흉령'이나 '지옥' 등)이 많아서 약간 섬뜩한 기분도 들었다. 가뜩이나 이 출판사는 책을 내면서 맞춤법이나 문법 교정도 전혀 하지 않은듯 비문이 남발하는데, 그런 글씨들로 이런 얘기를 읽으니까 오싹함이 더하는 것 같다. ㅡ,.ㅡ

아, 근데 참고로 말하자면 '지옥'은 나쁜짓 하는 사람이 무조건 가는 곳은 아니고, 망자 자신이 선택해서 가는 곳이라고 한다. 또한 인간의 육체는 죽으면 정령이 되고 정령이 정화되면 영이 된다는데 흔히들 신지학에서 심령체(아스트랄체), 이지체로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육체를 가진 인간들이 흔히 목격하는 유령이나 귀신 등은 아직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정화하고 떠나지 못한 '정령'이다. 살다가 그런 정령을 만나는 일은 한두 번 쯤 있을 법한 일이라 하니 겁먹지 말 것. 어지간히 독한 흉령들 외엔 사람을 해치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런 흉령들 또한 흉령의 영혼과 같은 파장으로 진동하는 염체만 만들어내지 않으면 끌어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판타지 쓰는데 굉장히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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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떡이 2016-03-24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지만 이 책에 번역자 하재기 님에 대해 어떤 정보가 쓰여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 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요.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 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박명욱 지음 / 그린비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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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어디 예술가 뿐이며 어디 여기 나온 열일곱 명 뿐이겠냐마는, 기구하게 살다 작업하다 죽어간 열일곱 명의 삶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고찰해보겠다는 제법 거창한 기획으로 꾸며진 책.

그러나 300 조금 넘는 페이지에 열일곱 명을 다루려다 보니 깊이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만큼 술술 책장 넘어가는 재미는 쏠쏠. 그런가 하면 또 어떤 기준으로 선별된 작가들인지 아리송한 것도 사실. 쓴 사람의 개인적 기호라고 한다면 더 할말 없지만, 그래도 어떤 분류로 선별된 작가들인지 언급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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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법사 다스칼로스
키리아코스 C. 마르키데스 지음, 이균형 옮김 / 정신세계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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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과 신비가 일상이 되는 삶, 지구 어딘가에선 이런 삶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고 그렇게 사는 분을 다시 만났다. 올 봄에 읽은 <영혼의 마법사 다스칼로스>에 이은 책이다.

전편이 다스칼로스가 하는 일과 신비가, 영적체험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룬 책이라면 이번 책은 보다 깊이있게 우주의 구성원소나 불교에서 소위 아뢰야식,이라고 부르는 잠재의식의 창고를 의식세계에서 운용하는 법 등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다스칼로스의 일상을 통해 드러나는 예들을 관찰한 결과로서 말이다.

전편을 읽고 언젠가 키프러스에 꼭 가서 이분을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이 씌어진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살아계신다면 아마 100살이 넘으셨을 것이고 소천하셨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스트로볼로스에 꼭 가야겠다. 스승님의 뒤를 이은 코스타스가 계실 것이고, 유학에서 돌아온 야코보스, 이제는 장성했을 마리오스도 있겠지.

아까 잠깐 낮잠이 들었는데 나는 다스칼로스의 집에 가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없는 하얀벽을 한 집과 어두운 갈색 꽃무늬가 수놓인 길따란 카펫이 깔린 복도에 하얀 팔걸이 의자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 복도를 따라 다스칼로스를 만나러 어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커다란 원탁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다과를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모든것이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선연했다. 내 아스트랄체가 정말 키프러스로 날아갔던 것이 아닐까!

명상이나 영학, 마음공부에 대한 책들을 더러 읽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 책은 초보들이 처음 집어들기엔 난해한 구석이 있을 수 있다. 역시 공부란 글로 읽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체험으로 깊어지는 것이기에 실제적인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 당장 내게 주어진 매일의 과제부터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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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11-23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언제 이 글을 썼었나 하고 아주 잠깐 멍했졌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이미 근원의 자리로 돌아가셨거나 연세가 많이 드셨을 테지만 야코보스가 그 분의 뒤를 잇고 손자 마리오스가 장성했을 테고 그 분이 이끄시던 단체가 이어져 오고 있을테니 언젠간 키프로스로 날아갈 꿈을 꿉니다. 홈페이지가 있던데. 예전에 어디서 보고 주소를 따로 적어뒀었는데 생각이 선뜻 나질 않네요.

OLIVIA 2007-11-23 09:16   좋아요 0 | URL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니 저도 놀랍네요. ^^ 혹시라도 그 홈페이지 주소가 떠오르시거든 꼭 알려주세요. 반갑습니다. ^^

치유 2007-11-27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소를 적어 놓은 데가 생각나서 잠시 들렸습니다^^ http://www.researchersoftruth.org/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무언의 압력이 저를 괴롭히네요..ㅠㅠ

OLIVIA 2007-12-09 12: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힘을 얻습니다. 언제고 인연이 되면 한 번 만나 다스칼로스 이야기 두런두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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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오라버니의 두 번째 소설이 드디어 번역 출간되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과 더불어 인간관계 3부작으로 불리우는 소설. 셋 다 비슷하게 좋지만 첫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아성을 넘기긴 어렵지 싶다. ^^ 

사랑에 대해서 끝내 냉소적인 것처럼 보이던 작가가 그래도 따뜻하고 서로 배려하는 사랑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다른 두 작품보다 발전적인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의 차이, 나의 발전과 내 사랑의 발전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실연이 추억이나 묻어둘 필요가 있는 감정을 담은 기억이 아니라,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한 장 한 장 읽기 아까운 책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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