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기억 보르헤스 전집 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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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끝으로 보르헤스의 소설을 전부 읽었다.

 내가 역사 의식이 부족해서인지 시공간에 대한 개념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현대의 수학자, 물리학자와 철학자들이 그토록 열광했다던 보르헤스의 천재성을 피부로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하게 여겨지는 탈중심주의, 선불교적 사고, 윤회와 전후생, 비연속적인 시공간 등 50년만 일찍 서양인으로 태어났더라면 미친듯이 환호했을 이야기들에서부터 이미 반 세기를 건너와버린 탓이다. (이래서 고전을 읽는 것 못지않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독서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보르헤스를 처음 만나 지금껏 5년 동안, 그와 함께하는 탈공간 탈시간적인 세계 여행은 정말 즐거웠다. 언젠가 내가 정말 좋은 환타지를 쓰게 된다면 그 첫번째 오마주는 보르헤스가 될 터이다. 그는 내게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열어주고, 나의 끝없이 증식하는 무지를 똑바로 응시하도록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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