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8
렉스 스타우트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에드거 앨런 포가 창조한 최초의 명탐정 '오거스트 뒤팽'은 여러가지 많은 영향을 후대의 추리 작가들에게 끼쳤다. 그러나 그 중 역시 가장 큰 영향은 뭐니뭐니해도 '오거스트 뒤팽' 그 자신으로 대칭될 수 있는 '시리즈물의 고정적인 탐정'과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사건을 기록하는 '나(셜록 홈즈시리즈 이후 우리는 이를 '왓슨'이라고 통칭하기 시작한다)'가 아닐까?

뒤팽 이후 50여 년, 코넌 도일에 의해 완성된 이러한 정형은 이후 숱한 작가들에 의해 무한 재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속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작품 속 탐정들에게 독보적인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써 온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홈즈 이 후 50여 년(사실 50년은 조금 안된다) , 뉴욕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탐정 소설이 등장한다. 작가인 렉스 스타우트는 '탐정'에게 쏠려 있던 작가의 관심의 한 축을 '왓슨'에게로 돌린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상 최고의 절묘한 '명탐정 & 왓슨' 콤비를 만나게 된다.
개성으로 치자면야 둘 째 가라면 서러울 탐정인 '네로 울프'.
그리고 '네로 울프 시리즈'를 더욱 개성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주인공 '아치 굿윈'
<독사>는 이들이 등장하는 첫번째 소설이자 렉스 스타우트의 첫번째 장편 미스테리이다. <챔피언 시저의 죽음>과 <요리장이 너무 많다>를 읽고 난 후라서 그런지 초기작의 냄새가 많이 풍기는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독사>에는 이러한 새로운 정형의 왓슨인 아치 굿윈에 들이는 작가의 심사숙고한 배려가 오롯이 베어 있다. 네로 울프와 아치 굿윈의 관계는 여타의 탐정과 왓슨간의 관계와 달리 상호 대등하다. 소설 속에서 이들은 서로 내가 있음에 상대를 챙겨 준다고 자신한다. 그 둘의 각각의 마음과 그러한 서슴없는 애정(?) 표현들을 렉스 스타우트는 맛깔나게 묘사하고 있다. 아치는 독불장군이며 고집불통인 보스 네로 울프에게도 거침없이 불평을 토로하며 직언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용의자들이나 증인들을 상대할때는 톡톡 튀는 현란한 입담을 보여준다. 많은 독자들이 경쾌한 필립 말로라고도 일컬어지는 이러한 재기 넘치는 아치의 매력으로 인하여 네로 울프 시리즈를 집어 든다. 왓슨이 홈즈보다 인기가 높은 셈이다.

오빠의 실종사건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 여인으로 부터 시작되는 사건은 네로 울프의 천재적인 통찰력에 의해 연쇄 살인 사건으로 드러난다. 아치의 수사와 울프의 추리로 범인의 정체에 접근해 가지만, 문제는 물적 증거. 꽉 닫힌 증인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울프와 아치 일당은 희대의 활극을 감행한다.

상당히 긴 분량의 소설임에도 결국 끝까지 집 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않는 울프의 모습은 안락의자 탐정의 극단적인 전형을 보여주고, 시종일관 시간표와 스케줄을 짜가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아치 굿윈에게서는 하드보일드 사립탐정의 향취가 풍긴다.
아울러 작가는 직원들을 거느리고 사립 탐정 사무소를 운영해 나가야 하는 네로 울프의 경영적 마인드와 돈에 대해 지니고 있는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줌으로써 황금기의 이슬만 먹고 사는 탐정들에서 진일보한 실생활에 뿌리를 둔 실제적인 탐정의 애환을 보여준다.

<독사>는 평자에 따라 호오의 반응이 분분한 작품이지만 페리 메이슨 시리즈와 더불어 미국 추리소설 사상 가장 대중적인 시리즈라는 네로 울프 시리즈의 역사적인 서막을 알리는 첫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추리 소설 애호가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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