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학교 우리문고 9
조반니 모스카 지음, 김효정 옮김 / 우리교육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마침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함께 읽으면서 그의 이탈리아 사람에 대한 감상과 겹쳐져서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시끌벅적한 이탈리아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아이들 못지 않게 부산한 한 이탈리아 청년교사의 모습이 떠올라 내내 재미있었다. 시대적 배경도,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은, 아이들 못지 않게 천진하고 순수한, 혹은 초라하고 가난한 교사의 위상은 어쩐지 우리의 식민시대 사범학교 출신 교사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교사들은 누구나 책 한 권을 넘어설 이야깃거리를 가슴에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조반니 모스카처럼 얼마 안 있어서 교단을 떠난 사람보다 적어도 몇 배가 넘는 시간을 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아무리 평화롭게 살아도 저도 모르게 쌓여가는 아이들 얼굴과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내 생애의 아이들'을 읽을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아이들을 동료 교사를, 아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중요한 것이고 거기에 가슴에 품은 이야기를 풀어내줄 글발이 받쳐주면 더욱 좋을 일이지, 가슴에 품은 이야기가 다 책이 되어 나오는 것은 아닐 터이다.

좋은 교사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맑은 연민의 연못을 지닌 사람이라야 아이들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볼 줄 안다. 그들이 지각을 하고 잠을 자고 공부를 안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너머에 아이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아이들의 슬픈 영역을 가만히 들여다 본다. 그 맑은 마음에 젊은 혈기와 장난기가 더불어 이 책은 맑고 따뜻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그 착한 선생님들은 왜 반드시 교단을 떠나는 걸까?

글을 쓰기 위해 떠난 그들 말고도 우리 주변에 참 좋았던, 똑똑했던, 활기찼던, 창의적이었던 그 선생님들은 왜 끝까지 교단을 지키지 못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떠나게 했는지 묻고 싶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야 할 자리가 바로 여기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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