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이영돈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최근,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의 진화에 늘 감탄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다큐멘터리는 못보았지만 참 재미있었을 것 같다. 책도 무척 두껍지만 흥미진진한데 영상으로 보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두꺼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마음 먹기에 달렸다'이다. 마음을 조절하기 따라서는 손가락 길이도 늘릴 수 있다는 대목은 선정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나는 잠자리에서 이 책을 읽다가 책에 나온대로 해보기까지 했다. 손가락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내 마음 집중이 덜 되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육체의 병이나 심리적 병들에 대한 치유도 마음을 다스림으로서 가능함을 여러가지 임상과 연구와 과학적 근거로써 입증해 보이려 한다. 여기서 제시된 것처럼 놀라운 효과들까지는 아니어도(예를 들면 플라시보 효과처럼 100% 긍정적인 믿음만으로 모든 병이 다 치유되는 것은 아니니까, 뭐 그것은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겠다.) 실제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생활태도가 상황을 극복하는 힘을 주고 반대로 우울한 성정과 부정적인 심성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사례는 주변에서 아주 자주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책을 그런 부정적 심성과 생활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자료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운동선수들에게 많이 쓰는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공황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식에 매우 공감을 한다. 일부는 내가 나 자신에게 해오던 방법(나는 그게 이미지 트레이닝인 줄조차 몰랐지만 실제로 어떤 일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데에 무척 효과가 있었음을 나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되었다.)이기도 해서 무척 놀랐다. 또한 내가 아이들을 지도할 때, 상담을 하거나 말썽을 일으킨 녀석, 자존감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대할 때 그들을 격려하는 말을 많이 하는데(아이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네가 이다음에 아주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이다, 멋진 청년이 될 것이다, 네 가정이 힘들어도 네게는 그건을 이겨낼 힘이 있다, 내 품에 있던 녀석들은 커서 다 잘 되었다..) 그것들이 실제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너무나 어려운 가정에서 신문배달을 하며 어렵사리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아이, 자살시도를 해서 온동네를 찾아헤매다 새벽녁에야 피를 철철 흘리는 녀석을 찾아냈던 그 아이에게 이다음에 꼭 교사가 되어라, 너처럼 인생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를 잘 아는 아이, 그것을 극복한 아이, 똑똑한 아이(책을 참 많이 읽던 아이다)가 선생이 되어야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해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정말  인문계고 사회교사가 되었다.  

학생부에 자주 불려다니던 아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미적감각이 있던 그 아이, 두레일기를 통해 넌 글솜씨도 좋고 미적감각이 있다고 격려했었다. 그 아이는 지금 꽤 유명한 헤어숍의 실장(헤어디자이너)가 되었다. 

저 녀석 담임은 안 되었으면 할 만큼 온갖 말썽을 피우던 복싱소년, 고등학교 가서도 한동안 방황을 하며 자퇴를 하겠다고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던 아이는 고2가 된 지금, 국어선생님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노라고,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신기해 죽겠다고(성적이 거의 바닥이었기에 오르는 일밖에 없었다.) 특히 언어영역이 점점 잘 나온다고, 눈을 반짝인다. 가끔 길에서 보면 엄마에게 하듯이 나를 살짝 안아주는 그 녀석에게 넌 문학적 감수성이 좋았어, 꼭 국어선생님이 되어서 이담에 너처럼 말썽 피우고 엄마 속썩이던 녀석들 어루만져 주어라, 했다. 

나는 아이들의 변화가(물론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의, 아이들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우연히 가 닿은 것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나의 기도가 아이들 마음에 작은 긍정의 새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간절히 바라보며 네가 정말 잘 자랄 것이라고 신념을 불어넣어줄 작정이다. 

책 뒷부분에 나오는 몇가지 명상법을 정리하면서, 요즈음에 함께 읽었던 발성법, 호흡법과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어떤 생각을 얻는다.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하거나, 올바른 발음을 하거나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자기를 바라보는 일이 중요하다. 테크닉을 익혀 짧은 기간에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 일이 그다지 자신이 없었던 나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나를 다스림으로써 기능을 익히는 일, 공부를 하는 일, 무언가를 잘 하게 되는 것, 혹은 다른 사람이 무얼 잘하도록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자신감일 수도 있다. 이 책이 과학적 근거들을 들이대면서 내 마음을(머리를?) 흔들고 깨웠다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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