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목을 보고는 엄청 내린 눈 속에 터널이라도 뚫고 노는 신나는 아이들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내 상상력의 빈곤함인가, 아님 제목달기에 문제가 있는 걸까) 그런데 눈이 문제가 아니고 색깔이 문제였다. 눈으로 무채색이 되어버린 세상에 아이들이 새 세상을 칠한다는 내용이다. 하얀 오로지 하얀 그 세상을 못 견디겠었는가? 그러고 보니 북극 곰 티모 이야기가 떠오르는구나. 하지만 티모는 사시사철 흰 빛만, 그것도 따스한 눈의 빛이 아닌 얼음의 빛을 보고 살아야 했던 까닭에 상상으로 오색찬한한 꽃세계를 꿈꾸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지은이가 스페인 사람이라는데 어쩐지 빨간 잔디밭이며 보라색 소나무 따위가 가우디의 건축물을 연상하게 하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그들의 기질과 상관있는 문제일까...눈은 눈대로 아름답지만 한번쯤 아이들만의 새 세상을 만들고 싶은 뜨거운 열망을 상상으로라도 실현해 보는 즐거움이 이 책 속에는 있다. 아아, 나도 이 황막한 서울이란 도시를 새 종이 속에 어여쁘게 다시 그려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을 때가 있다. 다만 내 솜씨와 감각과 기능적 수준이 과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서울을 살 만한 곳으로 다시 만들 수 있는 정도가 되는지 그 답은 자신있게 '예'가 되진 않을 것 같다만. 그래도 상상은 여전히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