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 라틴아메리카 문화기행
우석균 지음 / 해나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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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면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보면서,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공동체 의식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었다. 다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한 수난의 역사 속에서, 저마다의 역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이어져 있는 형제의식은 우리처럼 단일민족, 단일민족 노래를 부르면서 자긍심과 고립감이 묘하게 얽혀 있는 민족에겐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적대감만 가득한 우리 땅의 지형을 보라.  

그런 형제의식이 체 게바라를 자기 나라도 아닌 쿠바로 알제리로 떠나게 했겠지. 권력을 '지양'한다며 홀로 숲으로 떠난 그, 미소가 아름답던 혁명가는 지금도 시적 그림자를 사람들에게 드리운다. 혁명의 의지보다도 토대가 굳건한 이념적 논리보다도 마음으로 미소로 노래로 시로... 의사였고 혁명가였는데 어째 그는 시인이고 예술가의 느낌으로 더 남아있는가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라틴아메리카의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도, 일 포스티노, 혹은 지중해 속의 그 시인도, 아니 심지어는 프리다 칼로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것을 놓고 사람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정열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슬픔과 열정과 실천력이 어우러진 그들의 역사와 정서... 

나는 오늘 한참 전에 읽다가 다른 공부 때문에 미뤄 두었던 이 책을 3부부터 이어서 끝까지 보았다. 역시 사두고도 미처 끝까지 듣지도 못했던 CD도, 글을 읽으면서 틈틈히 찾아 들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슬픔의 정서에 닿아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낯설지 않다. 팝송을 들을 때는 마음에 닿는 것과 아닌 것의 구별이 심한데 (물론 엄선된 것들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라틴 음악은 어려서 들은 음악을 되새기듯 편안하다. 나는 학교 메신저에 붙이는 짧은 몇마디 말에 간간히 이 책에 등장하는 시들을  적었었다. 오늘은 그것을 Hasta Siempre로 바꾸었다. 라디오 등에서 자주 들었던 노래다. 대한민국 땅에서 체 게바라를  생각하는 일이 아무  두려움 없는 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는 많은 세계인들에게 이미 또다른 징표가 된 것일까. 순수하게 아름다운 음률과, 그것과는 또 다르게 현실적인 가사 사이에서 기분이 묘하다.

빅토르 하라, 비올레타 파라, 파블로 네루다, 프리다 칼로...내가 아는 많지 않은 라틴의 이름들. 이들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혁명과 예술이 다른 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총을 들었던 또 다른 손에 수첩을 들고다니며 시를 썼던 체 게바라까지. 그들의 죽음이 라틴의 미래에는 축복이 되기를,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지구 반대편의 한 지식인도 그들의 추모곡을 들으며 함께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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