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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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이런 소설을 좋아할까. 허수경의 어린 시절, 1960년대 시골 분위기 물씬한. 소설의 99%가 순우리말로 쓰인. 헤어진 누이가 산을 지키는 영험한 매의 가족과 함께 자라나고 매가 사람이 되었다가 매가 되었다가 하는 이야기. 소설의 서사보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시처럼 펼쳐지는 이런 책을 1분도 안 되는 숏폼 영상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 이야기를 좀 해보련다. 교사들이 글자로 읽는 교재보다 영상으로 수업 구성을 한 지는 꽤 되었다. 화면으로 보고 공부하는 데 익숙해진 어린 학생들을 위한 흐름이다. 최근엔 그 영상조차 너무 길면 집중하지 못하는 걸 발견한다. 2시간 정도의 영화를 보게 된다면 중간에 지루한 장면에서 엎드려 자는 학생이 생길 정도라 이젠 교사들 사이에서 긴 영화를 참고 보는 것도 좋은 학습이 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아예 수업 시간에 들어와 있지만 약 세 시간 이상 읽어야 한 권을 읽는 독서수업에서도 이 책 저 책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아무리 쉽고 재미난 책을 가져와도 진득하게 앉아 읽어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 그런 시대에 제목 <가로미와 늘메>부터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런 책, 우리 학생들이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을 내게 권한 사서 선생님은 어렵겠지만 꼭 읽히고 싶은 책’, 이라고 말했다. 그 오래된 정서와 말맛을 우리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하는 사서 선생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레 미제라블>을 고전이라고 읽지만 우리는 영원히 19세기 프랑스의 뒷골목을 이해할 수 없다. 문학은 지금 현재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르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현재와 잇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청소년 소설이 꼭 21세기 학교와 학원, 거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만 담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새 학기의 한 권 읽기 책 목록에 이 책을 넣었다, 그리고 아름답게 이 책을 소개하여 읽고 싶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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